지난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핵도발에 대비한 양국의 핵운영계획을 담은 워싱턴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최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이 ‘워싱턴 선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워싱턴 선언의 결론은 우리나라는 이제 더 이상 핵무기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핵 없는 나라’가 되었다.
남과 북이 6.25전쟁 후 지금까지 정전상태가 유지되면서 우리는 북한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오게 되었다. 북한의 군사위협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당연한 이유가 되기도 했고, 좌경세력은 항상 ‘주한미군 철수’를 외쳐왔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 한반도에 ‘핵’이 언급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북한이 핵을 만들게 되면서 우리는 물론 미국 또한 그동안의 정책에 변화를 가져왔다.
급기야 한반도를 비핵화 필요성이 급부상하면서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 핵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세 차례의 남북대표 접촉 끝에 양측 대표들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하여 핵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조국의 평화와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며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자는 공통된 취지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 전문과 6개항으로 된 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1992년 2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정식 발효되었다.
주요 골자는 핵무기의 시험ㆍ제조ㆍ생산ㆍ접수ㆍ보유ㆍ저장ㆍ배비(配備)ㆍ사용의 금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핵재처리 시설 및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금지,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해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2009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대한 폐기를 선언하고 계속을 핵을 개발해 한반도의 세력 균형에 금이 가게 되었다.
그러자 우리도 북에 맞서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강하게 반발해 우리가 핵을 보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왔다.
북한이 계속 핵을 개발하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핵 운반 수단을 개발하자 북한 핵에 대한 위협에 맞선 대응 수단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러한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미국 현지시간) "한미동맹은 핵 억제에 관해 보다 심화되고 협력적인 정책 결정에 관여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이 탄생했다.
선언문의 내용을 보면, 양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핵 위협에 관해 정보 공유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한미 원자력협정 준수는 재확인했다. 즉, 한반도 비핵화는 유지하되 미국의 핵무기 지원은 받는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표보고있다@연합뉴스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자 가장 큰 반발은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즉각 핵 공격으로 보복한다는 것이 결국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핵무기 사용의 결정은 전적으로 미국에게 있다는 점도 결국은 우리가 미국에 계속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네티즌들도 이번 선언이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정당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이 한국을 대신해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공표했기 때문에 북한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우리의 안보가 미국과 미군의 결정으로 좌지우지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독립도 미군이 제2차세계대전을 승리하면서 얻게 된 것이고, 특히 6.25전쟁도 미군을 비롯한 UN군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안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표하는 것은 주권을 가진 나라의 국민들이 받게 될 감정까지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국민들이 안보의 전문성을 없다고 해도, 누구에게 기대거나 종속되는 기분은 가히 좋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북한의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에게 안보는 늘 부담이다. 첨단 최신 무기를 개발하는 수준의 우리 국방력과 방산능력이 향상된 지금도 아직도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은 참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이 적의 공격을 받게 되면 자동으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한다. 공격의 형태에 관계없이 미국의 개입은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별도의 선언을 통해 미국이 핵무기를 이용해 북한을 공격해주니 한국은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미국의 수도에서 공표하는 것이 상식적인지 묻고 싶다.
워싱턴 선언을 들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가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정말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핵무기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안 갖겠다고 공식 선언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문제다.
이제는 북한의 핵에 맞설 우리 국군의 용맹무쌍한 전투력을 더욱 키우는데 노력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자주국방(自主國防),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글쓴이 이장훈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