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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미국이 6년 만에 유네스코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 유네스코가 반 이스라엘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전격 탈퇴했던 미국이 다시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탈퇴한지 6년만에 미국이 다시 유네스코 가입을 추진하는 이면에는 국제기구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 전에 대항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유네스코 재가입과 관련해서 표면적으로 다자주의의 중요성과 국제적 협력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유네스코에 재가입함으로써, 미국은 교육, 과학, 문화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세계 각국과 다양한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인데, 따지고보면 국제기구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밀려 자존심이 상한 미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초반부터 막강한 자금을 앞세워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을 크게 키워왔다. 국제기구가 회원국들의 투표에 의해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을 인식해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군소국가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친중 국가들을 양성했던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국제기구를 비토했던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절정을 이뤘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0월 유네스코가 반 이스라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또한 유네스코에 대한 지원을 아예 끊어버렸다.

그랬던 미국이 태세전환에 나선 것은 미국의 부재 중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국무부 차관 리처드 버마는 지난 8일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재가입 의사를 전달하는 서한을 보냈다. 유네스코도 미국을 다시 맞을 채비에 한창이다. 유네스코 오들레 아줄레 사무총장은 모든 회원국 대사를 소집하여 미국의 복귀 의사를 설명하는 한편, 7월 중 회의를 열어 복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미국이 국제기구를 정치적 목적에 맞춰 활용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친중국 행위를 나타냈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WHO 탈퇴 및 지원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은 당시 WHO 분담금이 4900억원으로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국이 600억이 안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탈퇴와 재정지원 중단은 WHO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국의 WHO 탈퇴는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가 선언했던 WHO 탈퇴를 번복해버린 것이다.하지만 WHO가 코로나 시국에 지나치게 중국을 옹호했던 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국 내에서 언짢아하는 분위기다. 당시 WHO는 미국의 코로나 중국 기원설과 관련해서 중국이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다시피 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WHO 조사팀이 코로나 기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며 중국을 방문하고도 정작 발원지인 우한을 패싱한 것이 단적인 예다.트럼프 행정부는 “WHO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 미국이 국제기구를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국제사회는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관련해서 미국이 강력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국제기구의 회원국들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조작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고, 때로는 회원국들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미국의 행위는 국제기구들의 중립성과 목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모든 회원국들이 평등하게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소로 존립해야 하지만, 미국의 정치적 개입은 이러한 기본 원칙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기 위해 돈을 풀어 국가들을 포섭하는 중국이나,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국제기구 탈퇴와 재정지원을 무기로 협박하는 미국 모두 국제기구의 존립 이유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미중 고래 싸움에 국제기구들이 중간에 끼여 새우등이 터지는 모양새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