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심층취재] 미국 부채한도협상 이면에 숨겨진 국방비 증액 논란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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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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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박종국기자]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미국 백악관과 하원 다수당 공화당간의 부채한도 협상은 양측의 극적인 타협으로 하원을 통과했다.
미 하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합의한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법안을 가결시켰다. 찬성이 314표가 나왔지만 반대표도 117표에 달해 끝까지 진통을 겪었음을 말해준다.
이번 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양측이 서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의 전매특허인 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지 않으면 통과시켜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극적인 타협안이 나왔고, 이것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국가 채무불이행 위기는 넘기게 되었다.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번 부채한도 협상 이면에는 국방비를 둘러싼 공화당 매파와 매카시의 입장차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채한도 상향 협상 타결안을 보면 공화당이 부채한도를 2025년1월까지 유예하는데 동의하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비국방 임의 지출은 2024년에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고(바이든 정부 양보), 부채한도 확대를 2024년 후까지 지속하면서 내년 11월에 있을 대선에서 이 문제가 또 다시 이슈로 불거지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문제는 공화당이 강력하게 주장한 국방비 예산 증액인데, 양측은 국방비 예산을 3% 증액해서 8580억달러에서 886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늘어나는 국방비를 메우기 위해 사용하지 않은 코로나 구호기금 500억달러에서 최대 700억달러는 회수하기로 양측은 합의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애초에 매카시 하원의장은 국방비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는 올초 국방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지지를 보냈다. 일각에선 매카시가 국방비 예산 중 750억달러(우리돈 99조원)를 감액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원의장인 매카시가 국방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공화당 매파들이 펄쩍 뛰었다. 공화당 소속의 앤서니 곤잘레스(오하이오) 하원의원은 올초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말고도 중국의 위협이 태평양에서 커지고 있는데, 동맹국에 ‘방위 예산 늘려라. 그런데 미국은 줄일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매카시의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공화당 매파들 사이에 비판이 거세지자 매카시 하원의장은 “국방비 일부 삭감에 지지를 보냈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며 발을 뺐다.이후 부채한도 상향 협상 과정에서도 매카시는 국방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공화당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백악관과 매카시가 서로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타결된 부채한도 상향협상 법안은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공화당 매파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강경파들이 국방비 증액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기도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설득으로 막판에 양보안을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끝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민주당 의원들도 상당수에 달해 하원 표결 과정에서 반대표가 117표나 나온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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