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테랑의 시각 14]잊혀 가는 軍, 잘 알리는 것이 답이다.

이장호 승인 2023.05.24 10:20 | 최종 수정 2023.07.21 19:09 의견 0
서해수호 55용사 호명 전 울먹이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내가 전역 후 기자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사회가 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관심이 없다는 말은 어패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존재감이 너무 없어 ‘이래도 되는가?’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군이 가지는 위상이 너무 낮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할 정도다.

아직 군에 근무하는 후배와 식사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후배 역시 상당히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와의 단절이 있었던 사실을 감안하고 생각해봐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보이는 군의 존재감은 확실히 없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단순하지는 않지만, 나는 군에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군도 이제 사회와 많은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군은 국가방위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는데 최선을 다하다보면 사회보다는 군 또는 특별한 관계가 있는 분야와 교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해도, 기자들에게 조차 보도자료나 홍보 의뢰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면 군이 사회와의 교류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각 군 본부도 과거에 비해 언론과의 유대나 교류가 상당히 적어졌고, 보내오는 보도자료도 그다지 많지 않고 별 이슈가 될 내용이 적다. 각 부대마다 홍보 거리를 발굴해 해당 지역 언론매체에 보도를 했던 시절이 그리 멀리 않은데, 어느 순간 그 모든 일들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터넷에서 군 관련 기사를 검색해 봐도 별 내용이 없다. 국방부나 각 군 본부 정도의 행사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군에서 자랑하고 싶고 아름다운 내용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지난날의 군 생활을 생각해보면 참 아쉬움이 많다.

군도 엄연히 사회 구성 요소 중의 하나이며, 특히 그 역할이 고유하고 전문적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그 조직의 활동이나 정책들이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군이 어떻게 나라를 지키고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제도들이 있는지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고, 군은 알릴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병사 월급 100만원이나 성추행 사건이 군에 대한 뉴스나 소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훈련을 하고 무기를 개발하는지 국민은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시에 잘 알려줘야 한다. ‘어떻게 알릴까?’를 고민할 필요 없이 내용에 충실하면 된다.

과거에 부대의 부정적인 사건이나 사고가 언론에 나오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던 시대에는 언론을 적으로 간주하고 멀리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해서 언론을 통해 군에 대한 올바른 현실을 보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으로 변하면서 언론 홍보에 목숨을 걸기도 했다.

내가 근무했던 육군 공보정훈 병과(과거에는 정훈 병과)의 명칭에도 공보가 들어가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해 병과의 병칭과 주 업무에 분명히 적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아주 굉장히 열심히 홍보 업무에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많다.

최근 지난 2010년 북한에 폭침됐던 초계함 천안함(PCC-772)이 전투 능력을 갖춘 최신 호위함 천안함(FFG-826)으로 13년 만에 다시 태어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뉴스는 이날 신형 호위함 천안함 취역식의 의미에 대해 “천안함 46용사의 애국충정과 국민 염원을 담은 천안함이 해군 핵심 전투 함정으로 부활했다”면서 “전력화 과정을 거쳐 올 연말 옛 천안함과 같은 2함대에 작전 배치돼 서해 수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13년 전 천안함 피격 사건은 대한민국을 두 동강나게 했다. 북한이하는 존재보다 우리 내부의 정치적 사상적 이념이 사건의 진실과 아픔보다 더 많은 상처를 입혔다. 당시 군에서는 천안함 피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적시에 보도하거나 알리지 않아 많은 유언비어와 추측으로 군은 물론이고 정부조차 불신하게 만든 실수가 있었다.

그렇게 군은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책임이 있었다. 군이 언론에 끌려 다니며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의혹에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다행히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서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이후에도 이 논란은 계속되어 군의 명예와 위상을 실추시킨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국군의날 행진하는 사관생도@연합뉴스


그래서 그 후 더욱 활발한 홍보활동으로 군 소식을 많이 전하며 군과 사회가 가까워지는 노력을 많이 했다. TV는 물론 여러 매체를 통해 군복을 입은 딱딱한 군이 아닌 국민과 가까운 모습을 많이 노출해 군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코로나19를 거치며 그러한 과거의 동력이 힘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도 군이 적극 나서 군을 알리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지역에 있는 부대들의 활동이 적어 졌고, 사회와의 교류가 적다 보니 보도할 사안이 적어진 것이다. 그리고 정책적인 보도나 홍보 소재도 별로 없다. 아니면 군이 홍보에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말 이라면 심히 걱정이다.

국민은 군대가 편해지고 좋아졌다는 얘기보다는 훈련 많이 하고, 전투력이 높아졌다거나 최신 첨단 무기체계가 개발되어 국방력이 강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 군에서 월급 100만원 주고 하루 종일 휴대전화하게 해줬다는 얘기는 군에서 듣고 싶지 않다.

군만이 가진 전문성과 특징을 드러내는 홍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군이 전문 집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알릴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초점이 잘못되어 국민 눈높이를 못 맞추고 있는 것이다.

무식하고 강압적이고 고함이나 치는 군의 모습을 예능이니 드라마니 하면서 군을 우스운 존재로 그려내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위엄 있는 존재로서의 위상을 나타낼 수 있는 홍보가 군을 살린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군은 국민의 군대가 아니다. 국민이 우습게 보는 군은 더욱 아닐 것이다. 병사건 간부건, 장군이건 같은 군복을 입고 있다면 모두가 군인이고 군의 대표이다. 특히, 18개월이든 30년이든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고 있다면 누구나 군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다 군대 없어도 되는 것이 현실이 될까 두렵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피 흘려 지켜낸 이 나라를 지키는 숭고한 일에 종사하는 군인들이 잊히지 않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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