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5억만 들고 가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까?

한성규 승인 2023.05.19 15:33 의견 0
라오스의 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기적금상품 소개내용@한성규통신원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아파트 가격이 수직 낙하 하기 전 2011년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이었다. 서울이 아니라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5억이 넘는다.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이리치고 저리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말한다. 동남아에 5억만 들고 가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분들에게 동남아시아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실상을 전해주려고 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과연 아파트 판 돈으로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라오스는 수시 입출금 통장에 돈을 보관하기만 해도 1.6%의 금리를 준다. 1년 정기예금 수신 금리는 5.59%다.

이웃나라 베트남의 정기예금 금리는 더 높다. 한때는 10%가 넘는 금리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많이 내려 7%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또 이들 국가에서는 예적금 이자에 대해 세금도 없다. 그러니까 동남아시아에 5억 정도만 들고 와서 은행에 넣어두면 3,500만원의 소득을 세금 없이 거둘 수 있다. 통장에 3,500만원이 고스란히 찍힌다. 10억이면 7,000만원의 불로소득이다. 일반적인 은퇴 생활에 충분한 금액이다. 한국에서 매년 이 정도의 불로소득을 얻으면 소득세 때고, 건강보험료 엄청 오르고 난리가 나는 금액이다.

잠시 여행 차 현금을 들고 와서 정기예금이나 들까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건 불가능하다.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정기예금에 가입할 수 없다. 거주자가 아닌 사람이 통장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처럼 1년 이상 워킹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비자와 거주증을 보여줘야 은행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한국의 금리가 1%대에 머물 때 베트남 금리가 높아 한국의 현금 부자들이 베트남에 자신의 현금을 유치하려고 했다. 여행자도 예금통장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브로커들도 있었다. 태국은 예금금리가 낮지만 라오스를 포함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높은 수준의 예금금리를 제공한다.

어떻게 해서 통장을 개설했다고 해도 다시 고려해봐야 할 점이 있다.

첫째, 환전수수료가 엄청나게 든다. 총 4번이나 환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돈을 가져와 라오스의 은행에 입금을 할 때 원-달러-낍 순으로 두 번의 환전을 거쳐야한다. 원에서 낍으로 바로 바꿀수도 있지않나 할텐데 원-낍 환전은 환율이 정말 사악하다. 또 출금해서 한국으로 가져갈 경우 낍-달러-원으로 또 두 번의 환전을 거쳐야 한다. 즉 네 번이나 환전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둘째, 환율에 따른 환차손의 위험이 있다. 최근 10년만 봐도 달러는 아시아권 통화에 비해 늘 강세였다. 물론 단기적인 달러 약세는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 흐름상 세계1강인 달러화는 변함없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위기를 겪을 때는 동남아시아 화폐가치는 하염없이 떨어진다. 라오스 화폐가치는 코로나 위기를 겪은 후 2019년에 비해 가치가 반으로 떨어졌다.

셋째, 라오스는 돈의 해외유출을 법으로 제한한다. 은행에 있는 돈을 한국으로 옮기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도 소득증명이 안된 단순예금은 1회 국외반출 한도가 5,000달러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나중에 10억 원에 해당하는 예금을 한국으로 가져오려면 대충 베트남 입출국을 180번이나 해야 한다. 180번에 나누어서 가져가야 한다는 뜻이다.

라오스의 정책금리는 현제 7.5%이다. 코로나로 힘들어졌을 때 금리를 낮추고 2022년 9월까지는 3.1%를 유지했다. 치솟는 물가 탓에 2022년 10월에 6.5%로 올린 후 현제 7.5%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잡기에 나섰는데 라오스도 예외가 아니다. 예금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최근 라오스 은행은 국채를 두 차례 발행했는데 몇 시간 안에 물량이 전부 동났다. 초기 물량은 8조 낍에 달하는 국채였고, 한국 돈으로는 6천억이나 되는 금액이었다. 경제규모가 작은 라오스로서는 굉장한 금액이다. 이 국채가 금방 동이 나자 2조 낍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자는 엄청났다. 초기 물량의 이자는 20%에 달했고 추가 국채의 이자도 15%나 됐다. 이는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을 걷어 들이려는 시도이다. 물가를 잡으려고 기를 쓰는 것이다.

정책금리가 70%가 넘는 아르헨티나, 25%인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7%내외의 정책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한국에 있는 은행의 예금금리는 10%가 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한 자리수로 떨어졌지만 1997년 IMF체제 때는 20%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1998년 8월 이후 다시 한자리로 떨어져 지금의 위기 전에는 1%대에 머물렀다.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 아파트를 팔아서 동남아에서 놀고먹을 생각도 그리 녹녹치 않아졌다. 이곳에서도 좋은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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