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3)] 베트남전쟁 상처를 건드린 람보1

최진우 승인 2023.04.24 10:14 의견 0
영화 람보의 포스터@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많은 사람들이 람보 시리즈 하면 겁나게 큰 기관총을 들고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서 적을 죽이는 슈퍼맨 같은 전쟁영화로 알고 있지만1982년 처음 세상에 나온 람보 영화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베테랑들의 전쟁후유증과 이들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부정적 시각을 여과없이 다룬 반전영화에 가깝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온 람보(실베스타 스탤론)은 옛 전우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주 작은 백인마을(실제 촬영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호프라는 작은 마을에서 진행)을 찾았다가 옛 전우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실망한 람보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찾지만 이 과정에서 허름한 야전잠바를 걸치고 돌아다니는 람보의 모습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 보안관의 고압적이고 강압적 강요로 차에 태워져 마을에서 쫓겨난다.

이유없이 자신을 쫓아낸데 대해 오기가 난 람보는 다시 마을로 들어가는데, 이를 지켜보던 보안관이 명령을 어기고 다시 마을에 들어서는 그를 뚜렷한 명분도 없이 체포해 구금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영화속에서 람보를 괴롭히는 보안관과 부관들은 옷차림부터 참전용사 티를 팍팍 내는 람보가 아니꼽다는 얘기와 함께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에서 베트남전 얘기는 1980년대까지 가장 아픈 상처였다. 그 이전까지 패배를 몰랐던 미국이 참전한 전쟁 중에서 처음으로 참담하게 진 전쟁이었고, 1962년부터 마지막으로 사이공 미국대사관을 떠난 1973년까지 미국 내에서 전쟁에 대한 찬반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전쟁이었기에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이 고향에 돌아와서도 찬밥신세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전쟁의 참혹함을 입밖에 내지 않았고, 참전용사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참전군인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보내고 있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더욱이 돈이 좀 있는 집안 자식들은 있는 연줄, 없는 연줄을 다 동원해서 베트남전쟁 파병에서 빠졌으니 참전용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오락적 요소를 배제한 채 극한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람보가 어떻게 보안관을 비롯해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동원된 주 방위군에 맞서 싸워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람보가 이들과 생존싸움을 벌이면서 베트남 전쟁의 잔혹했던 장면 장면을 떠올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죽기살기로 싸우는 보안관과 람보 모두 참전용사라는 점이다. 보안관은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람보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이 가장 차이인데, 한국전쟁은 공산주의에서 세상을 구하는 명분있는 전쟁이었던 반면, 베트남 전쟁은 명분도 없이 남의 나라 싸움에 미국 젊은이들을 사지로 밀어넣는 진흙탕 싸움이라는 극단적인 시각차이가 존재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벌어졌던 한국전쟁과 히피문화가 휩쓸던 시기에 벌어진 베트남 전쟁은 사회 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진행됐다는 차이점도 있다.

영화 후반부에 람보는 자수를 설득하러온 옛 상관에게 지옥같은 전쟁을 겪고 살아돌아오고도 고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사회를 원망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적대적 시각과, 전투에 참여했을 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신이 정작 고국에서는 주차요원 자리 하나 얻을 수 없었다고 분노한다.

환영받지 못한 전쟁과 진흙탕 같은 전투에 뛰어든 참전용사,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복잡한 사회적 시선이라는 매우 무거운 주제를 갖고 접근한 이 영화는, 하지만 2편부터는 오락적 즐거움과 폭력적 파괴만을 다루는 완전히 다른 영화로 탈바꿈해서 1편의 묵직하고 의미있는 진지함을 떠올리는 올드팬들을 실망케 한다.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일화 중 하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데모가 극심해지자, 데모하는 젊은이들의 기세를 꺾기위해 마리화나를 불법화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당시 마리화나는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고 이를 불법화하면서 반전데모에 참여했던 수 많은 젊은이들은 감옥으로 보내지게 된다. 닉슨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한 마리화나 불법조치는 이후 마리화나가 미국 범죄자의 절반 이상을 양산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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