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가 지원유세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고 피살된데 이어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상대로 한 폭탄 암살미수사건이 터지자 일본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잇딴 암살시도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라는 자긍심에 상처를 받았다는 분위기다.

일본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한 암살 시도는 사실 많이 있었다. 1885년 내각총리대신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 114년간 이런저런 이유로 암살된 전현직 총리는 7명에 달한다. 그간 총리에 오른 인물이 64명인 점을 고려하면 10% 이상이 피살되었다는 얘기다.

암살은 주로 일본이 군국주의에 사로잡혔던 1920년, 1930년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급진적 사상을 지닌 청년에 의한 암살이 대다수였다.

일본의 본격적인 정당 정치를 내각을 탄생시킨 19대 총리 하라 다카시 총리가 1921년 도쿄역에서 나카오카 곤이치라는 청년이 휘두른 칼에 찔려 목숨을 잃은 사건을 시작으로, 1930년에는 27대 총리인 하마구치 오사치가 도쿄역에서 우익청년들에게 테러를 당하고 10개월 후 숨을 거뒀다. 1932년에는 29대 총리인 이누카이 츠요시가 수상관저를 침입한 우익 해군 청년 장교들에게 살해되었다.

현직은 아니지만 1936년에는 육군 청년 장교들이 일본 왕의 친정을 주창하며 20대 총리를 지낸 다카하시 고레키요와 30대 총리를 지낸 사이토 마코토를 퇴임 후 살해하는 2·26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하는 테러가 줄기 시작한 것은 1958년 총기 및 도검 관련법이 정비된 후에 총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그 사례가 크게 줄었다.하지만 이후에도 현직총리를 대상으로 하는 테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960년 7월 기시 노부스케 총리가 총리 관저 앞에서 극우세력에 의해 허벅지를 6곳이나 찔려 중상을 입었고, 1975년 6월에는 미키 다케오 총리 역시 장례식장에 참석했다가 극우세력에게 폭행을 당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로 패전 후 전범 용의자에서 극적으로 총리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정치인 상대 테러는 1994년 다시 일어났다. 79대 총리를 역임한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신주쿠 호텔에서 극우세력에게 총격을 받았던 것이다. 총알이 빗겨가면서 호소카와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일본 정계가 받은 충격은 컸다.

그렇게 기억에서 잊혀지나 싶었던 정치인 대상 테러는 지난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라시 인근 역에서 지원유세 도중 전직 자위대원인 야마가미 데쓰야에게 등 뒤에서 총을 맞고 사망하면서 악몽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일본 경찰이 기시다 일본 총리를 암살하려다 붙잡힌 기무라 류지@연합뉴스


야마가미는 가족의 종교활동과 연관지어 아베를 암살한 것으로 나타났다.아베피살 악몽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이번에 중의원 보궐선거 지원연설을 위해 거리유세에 나선 기시다 총리를 상대로 암살미수 사건이 벌어지자 일본은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일본은 오는 5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유치해 놓은 상태여서 세계의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유사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에 머리카락이 곤두서게 된 것이다.

일본 경찰은 작년 아베 사망이후 각 지방 경찰청이 알아서 요인 경호를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본부인 경시청이 요인 경호에 적극 나섰지만 이번에 또 다시 구멍이 뚫리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