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국내 상영된 라이언일병구하기의 포스터 @
paramount_international 제공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가 1998년 7월 처음 미국 영화관에 상영되었을 당시 일부 관객들은 영화관람을 포기하고 상영도중 일어나서 극장을 나갔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영화 전반부에 등장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의 참상을 30여분에 걸쳐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전쟁사에 길이 남을 성공한 작전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수 많은 젊은 병사들이 희생한 피의 역사이기도 하다. 1944년 6월6일 D-Day 작전에 투입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연합군 병사는 16만명에 달하고, 방어를 맡은 독일군은 5만명에 달했다. D-Day 당일 사망자와 부상자수는 연합군이 약 5000명, 독일군이 9000명에 달할 정도로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쉰들러리스트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작품이다. 유대계 미국인인 스필버그는 학창시절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면서 유대인임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 마음의 빚을 쉰들러리스트에서 갚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라이언일병 구하기 역시 여러 차례 전쟁에 참전하며 전쟁의 비참함을 경험한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제작했다는 후문이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미군을 영웅적으로 그리지 않고, 전쟁을 미화하지도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정부가 반전 움직임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해 전쟁의 참상을 감추고, 애국심을 돋우기 위해 오직 미국이 승리하는 장면만을 편집해서 뉴스로 방영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군 사망사실을 알린 것은 유럽에서 독일군이 항복하고 일본군과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가 처음일 정도로 미국정부는 수많은 미군이 전쟁에 사망하고 부상당했다는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고 감췄다.
스필버그는 라이언일병 구하기에서 전쟁이 결코 낭만적이고 달콤한 승리만 있는 것이 아니며 승리 과정에서 결국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당하는 피의 현장이라는 점을 매우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투장면이 너무 생생하고, 상상 이상으로 처참해서 전쟁영화는 라이언일병 구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영화 전반부 오마하 해변 상륙과정에서 주인공 일행은 항복하는 독일군을 발견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쏴죽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후에 알려진 사실은 항복한 독일군이 독일인이 아니라 강제로 징집되어 끌려온 체코인인 것으로 밝혀져 영화가 상영된 체코에서 매우 큰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영화는 피 튀기는 오마하 해변 전투 이후 존 밀러 대위(톰 행크스)와 부대원들이 라이언 일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라이언 일병의 모티브가 된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제101공수사단 501연대 3대대에서 복무한 병장 프레더릭 닐랜드로 알려졌다. 영화에서는 라이언의 다른 세 형제들이 전쟁에서 사망하면서 미군 수뇌부가 살아남은 라이언을 부모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 속으로 부대를 파견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인물인 닐랜드의 경우 상부에서 귀국조치 명령이 전달되자 전우들을 버리고 갈 수 없다며 버텼다는 후문이다.
영화에서도 라이언(맷 데이먼)은 자신을 찾으러온 존 밀러 대위에게 혼자 돌아갈 수 없다며 버티는 바람에 대원들이 독일군과의 전투를 벌이다 여럿이 사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군인 한명을 구하자고 다른 군인 여러 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부상당한 전우를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전사자를 고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더 큰 희생도 마다않는 미군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이같은 결정이 그리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영화 마지막 밀러 대위가 죽으면서 라이언에게 하는 말, “헛되이 살지마. 잘 살아야돼 우리몫까지.” 덕분에 살아남은 라이언은 그 뒤 가족과 손자들을 데리고 묘지에서 밀러 대위를 추모한다.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 전쟁은 모두에게 악몽을 선사한다.
미군 제1보병사단 16연대장 조지 테일러 대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해안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미 죽은 자와 곧 죽을 자다.”
최진우 wltrbrina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