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던 대통령은 80년대 재선에 성공하고 물러난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그는 68세에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고, 재선에 도전할 때는 72세였다. 재선에 성공하면 73세에 임기를 시작하는 셈이니까 당시만 해도 73세 대통령은 정가에서도 큰 화제였고, 실제 선거과정에서 고령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건 이전에 70대 대통령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70세가 되던 해에 물러나기는 했지만 73세에 다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사례는 레이건이 처음이었다.

민주당 후보였던 월터 먼데일(당시 56세)과의 TV토론에서 그의 나이에 관한 질문이 나온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인종차별, 성차별, 나이차별 등 온갖 차별에 민감한 미국인지라, 패널의 질문은 듣는 사람이 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우회적으로 돌리고, 또 돌려서 레이건의 고령을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존 F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며칠씩 잠도 안자고 위기에 대처했던 것에 비유해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과연 레이건이 케네디처럼 대처할 수 있는 체력이 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고통스러울 정도의 긴 질문의 요지는 한 마디로 “당신 대통령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은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레이건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나는 나이를 이슈로 삼지 않겠다. 상대방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나는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레이건의 답변은 패널의 질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지만 현장에서 TV토론을 지켜보던 청중들은 박장대소를 했고, 질문을 던졌던 패널도 당황한 듯 웃음을 지었다. 은근히 나이에 관한 질문에 큰 기대를 걸었던 먼데일 후보는 썩은 미소를 지었고 승부는 그것으로 끝나버렸다.

재선에서 이겼지만 레이건은 두 번째 임기 내내 잦은 말실수와 공식석상에서 종종 피곤해하거나 졸고있는 모습을 보여 고령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세월이 흘러, 미국 최고령 대통령의 기록은 조 바이든이 깼다. 바이든은 77세가 되던 해에 대통령에 당선됐고, 얼마전 80세 생일을 맞았다. 그가 대선에 다시 도전하는 2025년에는 그의 나이는 82세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역대 처음으로 80대 재선대통령 기록을 쓰게될 것으로 보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연합뉴스


현재 민주당 내에서 그의 재선 도전은 기정사실화 되었으며 마땅한 경쟁자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 실시한 미국 정치 분야의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 리포트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 중 바이든의 지지율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고작 6.9%에 그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의 재선가도는 탄탄대로처럼 보인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에 관한 나이의 하한선은 있어도 상한선은 없다. 대통령이 되려면 최소 35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나이가 얼마 이상이면 대통령 선거에 나오지 못한다는 나이제한이 없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바이든의 고령을 계속해서 물고늘어질 가능성이 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재선 도전이 유력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현재 나이가 76세이고, 2025년 재선에 도전할 경우 78세에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바이든을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다.

70대와 80대가 주는 느낌은 다르겠지만 어찌보면 바이든과 트럼프, 두 사람 모두 고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공화당 대선후보로 꼽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 대사가 “75세 이상 정치인은 정신검사를 해야한다”는 폭탄 발언을 던진 것은 다분히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퍼스트 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가 곧바로 “웃기는 이야기”라고 일축했고, 바이든 보다 한 살 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우리는 인종차별과 싸우고, 성차별과 싸우고, 동성애 혐오 뿐만 연령 차별과 싸워야 한다”면서 연령에 대한 헤일리의 공격을 터무니없다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대선 후보의 나이 논쟁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가리켜 ‘슬리피 조(졸리운 조)’라고 비아냥거리며 그의 고령을 시도때도없이 꼬집었고, 앞으로도 공격의 핵심포인트로 써먹을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역대 대통령 중 한명인 레이건 전 대통령이 77세에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83세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바이든의 고령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과 상관없이 물리적인 나이 논쟁이 바이든과 트럼프를 따라다니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1970년 대선에서 김대중, 김영삼 후보가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던 사례가 있다. 정치는 경륜과 연륜 못지 않게 참신함도 유권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변수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온전히 유권자의 몫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