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시각⑤] 해마다 3월이면 떠 오르는 이름 ‘천안함’

이장호 승인 2023.03.26 16:41 | 최종 수정 2023.07.21 19:03 의견 0
군장병들이 2010년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함 천암함을 보고있다.=연합뉴스 사진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2010년 3월 26일 오후 10시경 국방부와 합참 상황실이 공황에 빠졌다.

서해를 초계 중이던 해군 2함대 소속 천안함이 바다로 침몰했다. 원인도 모르고 얼마나 많은 인원이 희생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전대미문의 전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천안함 장병 46명이 북한 해군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산체가 두 동강 나고 침몰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고 결정적인 증거물인 북한 어뢰의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조종장치 등이 수거되면서 북한의 불법 공격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다.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침몰사고 민군합동조사단이 북한 연어급 잠수함의 어뢰공격임을 재차 확인하면서, 우리 군이 북한군에 대한 초계 대응에 실패하여 북한 잠수정이 우리 해역으로 침투하는 것을 허용했고, 그 결과 천안함이 공격을 장해 침몰했다고 발표해 파장을 증폭시켰다.

그 후 해마다 3월이면 해군들은 가슴 아픈 시기를 보낸다. 2016년부터 3월 셋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해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희생된 호국영령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다.

특히, 해군은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전우들의 값진 희생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같이 근무했던 전우인지라 더욱 가슴에 남는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전우들의 희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에 대한 울분도 남아있다.

북한의 불법 도발임에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북한을 향해 책임을 묻지도, 심지어 기념행사조차 눈치를 봐가며 조용하게 치러야 했다. 기념행사 참석자와 행자 진행 등에 대해 정치적 갈등이 심해 어느 한 쪽도 만족스럽지 못한 행사로 전락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국민들의 관심도 적어지고 이제는 한참 지난 과거의 ‘사건’으로 기억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천안함 피격사건이 국민들을 반으로 갈라놓기도 했다. 북한의 소행인지에 대한 논란은 가장 극명하게 우리 사회에 퍼진 군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사건 당시 북한 소행이 아니라 ‘자작극이다’, ‘미군의 소행이다’ 등등 근거 없는 여러 주장들이 우리 사회를 극도의 혼란에 빠뜨렸고, 아직도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왜 우리끼리 싸우고 있는 것인가?’였다. 희생자와 생존자 모두 죄인이 되었고 언론은 확인도지 않은 기사를 쏟아내며 천안함 장병 모두를 죄인 취급했다.

이것은 나라를 지킨 것밖에 없는 군인들에 대한 태도는 아니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정작 아무런 조치도 생각하지 않고 내부 총질만 하며 국론 분열과 내홍만 겪다가 흐지부지되어 명확하게 종결되었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도 인터넷이나 SNS에는 천안함에 대한 여러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 정도로 이 문제는 영 석연치가 않다.

북한이 최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미사일을 쏘며 군사적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군인들이 희생된 북한의 소행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치적 이해를 떠나 우리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다 불의에 목숨을 잃은 희생 장병들에게 우리가 취할 자세는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이며 남편, 아빠였다. 왜 그들이 가족들도 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에서 안타깝게 희생되었는지에 대한 생각 없이 희생을 너무 가벼이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의 잘못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공감해야 한다.

군인은 누구의 나라를 지키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의 나라를 지킨다. 이해득실도 없고 편도 없다. 국가가 부여한 신성한 임무를 수행한다. 죽을 수 있다는 위험 속에서도 불평 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고 군인이니까.

올해 서해수호의 날에는 희생자들의 국가와 국민은 희생자들에게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당신들은 우리를 지키다 희생되었기에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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