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1인독재

최진우 승인 2023.03.13 11:02 의견 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14기 1차 회의 제5차 전체회의에서 손뼉을 치고 습 =연합뉴스 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중국공산당이 그야말로 시진핑 1인독재 체제를 확고히 구축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나라 국회에 해당)에서 투표를 통해 세 번째 국가주석에 올랐는데, 투표에 참여한 2952명 중 단 한명의 반대나 기권없이 295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2013년 시진핑이 첫 주석직에 올랐을 때만 해도 반대1표, 기권3표 등 4표의 반란표가 있었는데, 두 번째인 2018년에 이어 이번까지 두 차례 연속해서 만장일치의 찬성표가 쏟아지는 충성경쟁이 벌어졌다.

국가주석 3연임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도 못해본 것으로 전인미답의 길을 시진핑이 새롭게 연 것이다. 과거 황제시절 못지않은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시황제’라는 항간의 칭호가 단순한 언어적 유희가 아님을 대내외에 분명히 보여준 셈이 됐다.

시진핑은 마오쩌둥과는 처지가 다르다. 마오쩌둥은 중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며 사실상 신급 추앙을 받았지만 시진핑은 밑바닥에서 입지를 다지며 치열한 권력싸움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주석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시진핑 위치는 마오쩌둥을 능가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마오쩌둥이 다양한 파벌그룹을 용인했던 것과 달리 시진핑은 오로지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 거의 모든 요직을 채우고 있다.

총리로 선출된 2인자 리창은 시진핑이 저장성 성장 및 당서기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시자쥔(시진핑 측근그룹) 출신이다. 중국공산당 서열 3위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자오러지도 시자쥔이고, 서열 4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은 중국몽 개념을 확립한 시진핑의 책사로 꼽힌다.

예우차원에서 국가부주석에 이름을 올린 한청(상하이방 장쩌민 전 국가주석 계열)을 제외하면 당, 정, 군 전분야에서 시자쥔들이 모조리 요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정점에는 이들이 충성경쟁을 벌이는 시진핑이 자리하고 있다. 시진핑은 세 번째 국가주석 임기인 향후 5년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죽을 때까지 자리를 보전하는 종신황제가 될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시진핑의 1인 독재체제가 구축되고, 이 체제를 보전하기 위해 그의 충성스런 시자쥔들이 요직을 모두 차지하면서 중국 공산당 내에서 그동안 세력을 구축했던 다른 파벌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중국 공산당에는 그동안 3대 파벌이 각축을 벌였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이 그것이다.공천단의 유래는 마오쩌둥이 중국을 장악하기 훨씬 이전인 1920년부터 시작됐으니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파벌이다.

공청단은 1920년 중국사회주의청년단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해서 2년뒤인 1922년 중국 공산당 지도하에 열린 제1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식 조직으로 인정받았다.공천단은 다른 무엇보다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파벌이었다. 개인의 능력만 출중하면 집안이력이 별로라도 입신양명이 가능했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꼽히며 주석에 올랐던 후야오방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후야오방은 실권을 쥐고 있던 시절, 후에 공청단을 이끌게되는 후진타오(전 국가주석)와 원자바오(전 총리)를 비롯해 상하이방 주룽지(전 총리) 등을 요직에 발탁했다. 시진핑 밑에서 10년을 총리로 있었다가 이번에 물러난 리커창 역시 공청단에 해당한다. 전 부총리 후춘화 또한 공청단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그 다음으로 역사가 깊고 세력이 많았던 파벌은 태자당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 그대로 태자당은 공산당 내 고위층 자녀 출신들을 일컫는 말이다.덩샤오핑의 자녀인 덩푸팡(장남), 덩린(장녀), 덩룽(3녀), 덩즈팡(막내), 저우언라이 양자인 리펑, 보이보의 아들 보시라이(전 충칭시 당서기),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이자 현 국가주석 시진핑, 양상쿤 전 국가주석의 아들 양사오밍, 예젠잉 전 부주석 아들인 예쉬엔핑, 왕전 전 국가부주석 아들인 왕쥔, 야오이린 전 상무부총리의 사위 왕치산 등이 여기에 속한다.

테자당 출신들은 마오쩌둥 시절에 대장정에 참여했거나 중국 인민공화국 건국에 기여도가 큰 금수저 그룹으로 불린다. 개인능력에 기반해 성공한 공청단과 달리, 태자당은 조상 덕분에 입신양명한 사람들이다.

마지막 파벌은 상하이방인데, 상하기 당서기 출신으로 국가주석에 오른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측근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텐안먼 시위 이후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면서 덩샤요핑의 총애를 받았던 장쩌민은 실권을 잡은 후 상하이시 행정당국 출신들을 대거 중앙무대로 불러올려 사실상 상하이방의 시작을 알렸다.

우방궈, 자칭린, 청징훙, 황쥐, 리창춘, 우관정, 류치, 저우융캉, 류윈산, 화젠민, 천즈리, 천량위 등이 대표적인 상하이방 인사들로 꼽히는데, 현재는 장쩌민의 존재가 미미해지면서 사실상 중앙무대에서 영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문제는 태자당 출신의 시진핑이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면서 과거의 3대 파벌은 역사속에 파묻힐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시진핑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라면 같은 파벌이라도 가차없이 숙청해버리는 피비린내 나는 DNA를 지닌 인물로 분류된다.

실제로 시진핑은 같은 태자당 출신이면서 자신보다 더 먼저 유명세를 떨친 보시라이를 부정부패 혐의로 감옥에 집어넣었고 상하이방의 거두 저우융캉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등 무자비하고 냉혈한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10년간의 숙청 끝에 이제는 이렇다할 반대세력조차 남아있지 않아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본격적인 독재의 막을 올린 것이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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