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선 좌초 헬기공중 추락하며 새해부터 체면구기는 일본 자위대

기계적 결함 아닌 사람 실수로 반복되는 사고들에 전문가들도 비난 일색

이정현 승인 2023.01.25 13:34 의견 0
지난 10일 야마구치현 근해에서 좌초된 호위함 이나즈마=해상자위대 홈페이지


[뉴스임팩트/일본=이정현 통신원] 일본 정부가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위 3문서 개정을 강행하며 방위비를 GDP의 2%까지 증액하기로 결정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세 번이나 연달아 발생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첫 번째 사고는 이번 달 10일 해상자위대에서 발생했다. 쿠레(呉)기지를 모항으로 사용하는 기준배수량 4550톤의 무라사메급 5번 호위함 이나즈마(いなづま)가 야마구치현 오키가무로(沖家室)섬 앞바다에서 암초와 충돌하며 좌초된 것이다.

암초와의 충돌로 스크류가 찢겨나가는 바람에 자력으로 운항이 불가능해졌고 터빈에서 오일까지 새어나오면서 주변 바다가 오염되기도 했는데 해상자위대는 사고로부터 5일이나 지난 15일이 되어서야 예인선을 사용하여 이나즈마를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의 이노시마 사업소로 끌고 갈 수 있었다.

당시 이나즈마는 사고 전날까지 정기점검을 받은 후 190여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시험운행 중에 있었으며 좌초되지 않았다면 모항인 쿠레기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해상자위대의 수장인 사카이 료(酒井 良) 해상막료장은 17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고 원인이 기기 고장이 아닌 승조원의 실수였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일련의 소동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해상자위대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메시지를 전한 바로 같은 날 육상자위대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오키나와 나하(那覇) 주둔지에 소속된 육상자위대 제 15여단의 CH-47JA 수송헬기가 나하에서 7km 떨어진 츠케(津堅)섬을 오고 가는 사이에 비행 중인 기체에서 알루미늄 부품이 떨어져나간 사고였다.

구체적으로는 17일 오후 2시 55분에 나하공항을 이륙하여 츠케섬에서 열린 재해대응훈련에 참가한 후 오후 3시 50분에 주둔지로 무사히 돌아왔으나 기체를 점검하던 오후 4시 반 쯤에 일부 부품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였다.

사라진 부품은 좌측 엔진 하단 패널을 고정하는 직경 약 6mm, 두께 1mm, 무게 약 0.9g의 알루미늄 부품으로 비행 중 부품낙하로 인한 피해소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육상자위대는 언제 어디서 부품이 낙하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향후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바로 다음 날 해상보안청의 3100톤급 대형순시선 에치고(えちご)가 니가타현(新潟県) 해역에서 암초에 부딪히며 좌초되었다. 승조원 33명은 무사했지만 선내 일부가 침수되었고 기름도 바다로 유출되었는데 이나즈마와 마찬가지로 자력 운항이 불가능해지면서 사고 발생 이틀 후인 20일에 민간업자에 의한 예인이 시작되었다.

해상보안청은 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기계적 결함이 아닌 승조원의 판단미스로 인한 사고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원인조사에 들어갔지만 단 열흘 사이에 크고 작은 사고가 세 번이나 발생하자 일본 내 여론은 상당히 악화된 상황이다.

특히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의 좌초사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모두 사고가 발생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하게 지적하고 있고 일본 네티즌들도 겉보기만 그럴싸한 초보들에게 왜 국민혈세를 더 투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댓글 등으로 방위비 증액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작은 액땜이었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비슷한 사고가 한번이라도 더 발생한다면 결코 가볍게 지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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