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방비 2배증액 ⓶] 자위대 방위비 오르면 전투력 오르나?

방위비 증액보다 더욱 시급한 장비 조달계획과 운용방식의 재검토

이정현 승인 2023.01.13 14:54 의견 0
일본육상자위대 90식 전차=자위대 홈페이지


[뉴스임팩트/일본=이정현 통신원] 장비 가동률이 단순히 오른 방위비로 부품값을 마련하면 해결되는 문제는 절대 아니다. 미국의 대외유상군사원조(Foreign Military Sales Credits)만 보더라도 발주하고서 부품이 도착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있듯이 외부에서 들여오는 부품들은 제조와 공급 상의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자위대 입장에서는 장비들의 추가적인 결함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후지쯔가 만든 P-1 초계기의 광학전자센서는 같은 유럽제품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고 고장은 잦은데도 가격은 2배나 비싸다. 그리고 잦은 고장은 실제로 P-1 초계기의 가동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조달기간이 길어지면 낡은 장비와 새로운 장비가 혼재되고 병참과 훈련도 이중으로 관리하면서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실제로 자위대의 전차는 74식, 90식, 10식의 3세대가 섞여있고 16식 기동전투차까지 포함하면 4종류에 이르는데 이 역시도 정비비가 증가하고 가동률이 저하되는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한편 다른 나라의 군대라면 어떤 장비가 왜 필요한지, 그것을 몇 년 동안 조달하여 어떻게 전력화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총 예산은 얼마인지 등의 세부계획을 세워서 의회 승인을 받고 제조사에 발주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과 자위대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발주 수량만으로 첫 해 예산을 수립하고 승인을 받는데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방식이다. 장비조달은 기업으로 치면 설비투자와 같다.

왜 그 공장이 필요하고 언제부터 그 공장을 가동하고 필요한 예산은 총 얼마인지 임원들이 모르고 승인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일본은 현재도 전체 운용계획을 세우지 않고 발주부터 하고 승인을 받는다.

특히 육상자위대가 다른 국가는 물론 항공자위대나 해상자위대와도 다른 점은 소총에서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를 딱 필요한 수량만 조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헬기가 20대 필요하다고 치면 항공자위대와 해상자위대는 20기에 예비 기체를 추가로 조달하여 정기적인 기체정비 및 수리에 따른 전력 공백을 최소한으로 한다.

하지만 육상자위대는 딱 20대만 조달한다. 때문에 만약 장비상태가 좋아서 가동률이 100%라고 치더라도 항상 20대 중 일부는 정기점검을 위해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가동률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소총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부대원이 100명이라면 소총도 딱 100정만 준비한다. 만에 하나 전쟁이 벌어졌는데 소총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부대원들은 고장난 소총을 들고 그대로 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처럼 조달문제나 예비 장비의 부재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방위비를 늘려봤자 일본 자위대의 실전 전투력이 향상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일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방위비 증액이 아니라 이미 산재해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직개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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