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한국 사회

서담 승인 2023.01.11 15:23 의견 0
MBC뉴스가 보도한 전국적인 인구감소에 따른 문제를 보도하고있다.=MBC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저출산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니 큰 문제다. 이런 추세면 불과 수십 년 내로 한국은 경제활동 인구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정부에서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런 상황은 외국에서 더 걱정을 해주고 있는 듯한데, 최근 미국 언론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잔인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지적하는 부분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외국 언론의 눈으로 지적을 당하니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미국 밀워키 인디펜던트지 기사는 많은 한국인들이 가족을 가질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암울한 고용시장의 불확실성, 비싼 집값, 성 및 사회 불평등, 낮은 계층 이동성, 잔인하게 경쟁적인 사회, 막대한 육아비용, 그리고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가부장적 문화를 저출산의 원인으로 짚었다.

정확한 분석이며, 이미 우리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이것은 전반적인 사회 구조와 인식의 문제이며, 아주 근본적인 문제이기에 단순하게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 몇 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육아 보조금을 정부에서 아무리 쏟아 부어도, 근본적인 사회 구조와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잔인한 경쟁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꿔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어야 출산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치열한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을 겪으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해야 하는 사회이다.

여기서 살아남은 자들은 살아남은 대로 그 치열한 경쟁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기에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고, 경쟁에서 도태된 자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고군분투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결혼과 출산은 그저 비현실적인 꿈일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 나라의 지도층은 그럴 생각이 없다.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

부동산 문제 하나만 봐도 철저하게 집권 기득권들의 이해관계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오래전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어섰다.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비싼 것이 아니다. 소수가 독점하고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에 집값이 비싼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기형적 제도인 선분양 후건설 시스템이 건설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며 집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언론은 토건세력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하락하고 있으니 언론에서 건설사의 안위를 걱정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지난 정부 정책에 그렇게 딴지를 걸던 언론들이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긴 하지만.

노동 시장은 또 어떤가! 선진국들 중에서도 유래 없이 긴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조금이라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현 정부 들어서 여지없이 폐기되고 있다. 이제 곧 윤석렬 대통령의 후보시절 발언대로 주 120시간 일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노동자들의 생명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서, 산업 현장에서 참혹하게 죽어나가는 노동자의 소식은 그저 일상이다. 정부 정책이 오직 대기업을 위한 정책으로 가고 있음에도, 언론들은 파업으로 경제가 망한다고 난리를 친다. 노동자들은 그냥 죽으라는 말인가.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는 어린이들은 대학입시까지 내내 경쟁에 시달린다. 그런 경쟁 끝에 받아들게 되는 대학 졸업장으로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어 진다. 소위 명문대 학벌과 그렇지 못한 루저들로.

이런 사회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할 수 있는 젊은이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더구나 육아 휴직을 내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경력 단절을 걱정해야 하는 여성이라면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따라서 이런 현실을 바꾸고 출산율을 높이려면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감하고 혁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이 나라의 지도층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자기들 기득권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해외의 분석에 의하면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대한민국은 2075년에는 필리핀에도 뒤지는 국가가 될 것이라 한다.

어렵게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는데, 고작 몇 십 년도 유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니! 그게 이 나라가 갖는 역량의 한계치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국은 그런 지도자를 투표로 선택한 국민의 몫이니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라고 자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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