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부산시립미술관의 이건희, 부산박물관의 박차정

이상과 현실의 괴리 보여줘… 우리 사회는 현실에 충실해야

김종성 승인 2023.01.07 09:55 의견 0
이건희 컬렉션 설명과 컬렉션에 전시된 그림.ⓒ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김종성기자] 연말에 휴가를 내고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부산에만 가면 늘 기분이 유쾌합니다. 평생 우정을 나눌 친구가 있는 데다 도시에 볼 것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부산행에서 인상 깊었던 장소는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박물관이었습니다. 먼저 부산시립미술관에선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에 모은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이건희 컬렉션'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미술에는 문외한인지라 박수근, 천경자, 김종태, 이중섭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현실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이건희라는 거물이 있었기에 예술가들이 묻히지 않고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는 겁니다.

부산박물관 근현대사 독립운동가 영상 캡처=부산박물관 유튜브

부산박물관에서 눈에 띄었던 콘텐츠는 근현대사관의 영상물이었습니다. 의열단 단원 박차정을 포함해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5명에 관한 영상이었죠. 배우까지 써가면서 그들이 일제와 어떻게 투쟁했는지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상물을 보면서 독립운동가들에게 감동하기보다는 왠지 처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그들 덕에 우리나라가 독립한 것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을 묘사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엄혹한 현실에서 투쟁을 선택한 독립운동가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높이 삽니다. 그래도 평가는 제대로 해야죠. 이승만의 대(對)미국 외교, 임시정부와 장제스 중화민국 간 공조 같은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친 활동이야말로 독립의 제일 공신입니다. 부산박물관처럼 일부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건 독립에 대한 냉철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듭니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박물관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상·현실 간 괴리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택해야 할 쪽은 이건희 컬렉션이 상징하는 현실입니다. 미화된 이상을 추종하다가는 발밑에 패인 틈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될 겁니다. 우리 사회가 뜬구름을 좇지 않고 현실에 더 충실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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