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일본이 챙기는 동남아 월드컵

한성규 승인 2023.01.05 19:44 의견 0
사진=SBS sports 유튜브 공개영상 캡쳐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FIFA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손흥민 열풍이 불고, 조규성이라는 새로운 스타도 탄생했다. 대한민국 팀은 드라마를 써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었다. 지금 내가 사는 동남아시아에서도 한국에서 월드컵만큼 인기가 있는 큰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바로 'AFF 아세안 축구선수권 대회'다.

일본, 중국, 한국이 모여서 펼치는 동아시안컵 EAFF E-1 풋볼 챔피언십과 비슷하게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이 모여서 펼치는 아세안 축구 선수권 대회는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월드컵 출전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이 지역에서는 이 대회가 월드컵이다. 실제로 참가국 대부분이 FIFA 랭킹이 낮은 팀들로 월드컵에서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AFC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밟기도 힘든 국가들이 대부분이라 현지에서는 이 대회가 월드컵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2년 12월 20일부터 2023년 1월 16일까지 치러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는 총 10개국이 2개의 조로 나뉘어 겨룬다. 조별리그를 거쳐 각조 1위가 다른 조 2위와 준결승, 4강전에서 맞붙게 된다. 그룹A에는 지난대회 우승팀인 태국을 비롯,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브루나이가 편성이 되었고 그룹B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라오스가 편성이 되었다.

아세안 축구 연맹국 10개국이 참여하고 이후 동티모르가 독립해 AFF에 가입하며 11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2013년 호주가 AFF에 가입하였지만 이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 대회는 10개 참가국의 대표팀 감독 중 한국인 감독이 세 명이나 되어 여기서도 화제다. 베트남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국가대표 감독 대회가 될 것으로 보여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4강, 2018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우승, 2019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우승, 베트남의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2019년 10월부터 인도네시아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신 감독은 지난해 2020 AFF 챔피언십 준우승에 오르며 인도네시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김판곤 감독은 이미 홍콩대표팀의 감독으로 있었을 때도 많은 활약으로 유명했는데 김감독의 활약으로 말레이시아는 16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이루었다.

AFF 아세안 축구선수권 대회는 그 동안 스즈키컵이라고 불렸다. 대회 자체가 일본 기업명으로 불린 것이다. 이 대회가 올해는 미츠비시 일렉트릭과 타이틀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AFF 미츠비시 일렉트릭 컵'으로 바뀌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기업들의 위치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일본기업들이 동남아에서는 축구까지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 팀은 기업과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스폰서십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행사 또는 사업에 돈을 제공하여 돕는 것을 뜻한다. 세계의 여러 축구팀들은 유니폼에 기업명 또는 브랜드를 넣는다. 그 조건으로 글로벌 기업과 계약을 맺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디다스와 매년 9,800만 유로(약 1,224억 원)를 받는 계약을 맺고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나이키와 계약해 연간 1억 2,000만 파운드(약 1,673억원)를받는다.

두 구단의 선수들이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새겨진 옷을 입고 경기하는 조건으로 두 기업이 계약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미국의 자동차 브랜드 GM의 쉐보레 로고를 유니폼에 새겨 매년 7,100만 유로(약 887억 원)를 받았다. GM차는 북미에서 100년의 브랜드 역사와 두터운 고객층이 있지만 유럽에서는 낯설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축구팬을 보유한 맨유와 스폰서십을 체결한 것이다. GM은 맨유 선수들에게 쉐보레 카마로 등 차량을 제공해 선수들이 이 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홍보를 하게 되어서 홍보효과가 상당했다.

삼성도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첼시에 연간 1,800만 파운드(약 250억)를 투자했다.이 계약 당시 첼시는 리그에서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으로 전력을 보강하여 2009시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 후원으로 삼성은 영국에서 1억 달러에 상당한 브랜드 노출 효과를 얻었다. 첼시 유니폼을 구입한 팬들은 그것을 입고 응원함으로써 또 삼성을 홍보하게 되었다. 첼시는 우승하고, 삼성은 굉장한 홍보 효과를 봄으로써 서로 윈-윈하게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축구는 인기가 대단하다. 동네 조기 축구회부터 내가 일하고 있는 대학교에서도 지역대학 대항전 축구대회가 남자는 물론 여자팀을 대상으로도 열린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대한민국은 16강 진출 드라마를 썼다. 손흥민과 김민재를 포함한 선수들도 벌써 월드 클래스가 된지 오래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감독들은 이제 동남아시아를 지배하는 월드 클래스다. 하지만 축구선수들이나 감독들과는 달리 동남아시아 스포츠 마케팅에서 한국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기업들이 지배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스포츠를 후원하는 것은 유럽과 같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조그만 비용으로도 마케팅 선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에 우리 기업의 홍보를 볼 수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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