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철도 이야기1] 시도때도 없는 기차연착... 늘어나는 재정적자

김서울 승인 2022.11.30 18:35 의견 0
독일 사회관계망 유머에 올라온 사진 =https://www.instagram.com/p/ChU8DB6MZwk/?igshid=YmMyMTA2M2Y=
@dunkel_pigmentierter_Humor


[뉴스임팩트=김서울 재독 칼럼니스트] “Deutschbahn ist keine deutsche Bahn”. 독일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말이었다.

직역하자면 독일철도는 독일의 철도가 아니다는 뜻인데, 워낙 답답할 정도로 규칙과 형식을 준수하는 독일인들의 특성(Pünktlichkeit)과는 정반대되는 시스템을Deutschbahn이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사실상 형식적인 민영화만 이루어진 상태인 독일의 대표적 공기업 도이치반. 어쩌다 자국민조차 외면할 지경에 이른 것일까.

사실상 독일의 기차가 제 시간에 오는 일은 기분 좋기까지 한 사건이다. 적어도 내가 독일에 와서 도이치반 이용자가 된 이후로는, 연착되는 경우가 연착되지 않는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 근거리의 경우 사정이 좀 더 나은 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주변 국가 사이를 오가거나 비교적 먼 거리를 가는 노선의 경우에는, 그저 늦더라도 알맞은 곳에서 출발하고 도착해 주기만 하면 감사할 따름인 때도 꽤 있다. 느닷없이 기차가 취소될 때도 있고,원래의 목적지까지 갈 수 없다며 중간 어딘가에 승객들을 쏟아 놓고 훌쩍 떠나버리는 일도 잦았다.

그 뿐 아니다. 승강장 번호를 사전 고지도 없이 바꿔 기차가 엉뚱한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며 급하게 내달리는 일, 사전 고지라고는 하지만, 출발 단 몇 분전에 들려온 안내방송에 한참 먼 승강장으로 다 같이 뛰어가는 승객들의 모습은 부지기수로 볼 수 있는 코미디다. 안내방송조차 없이 전광판에 조용히 몇 자 띄우고 말 때도 많다.

그야말로 눈치싸움인 것이다. 정당한 돈을 주고 티켓을 구매했지만, 기차를 타려면 분위기를 살피고 민첩히 대처하며 부단히 애써야 한다. 이게 대체 무어란 말인가. 코레일이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최고의 공공 교통 서비스라는 사실을 나는 독일에 오고 나서야 진정으로 깨달았다.

독일인들의 외면도 이런 까닭에서 왔다. 도이치반의 운영은 난잡하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운영 범위는 넓은 편이지만, 그것을 감당할 인력은 한참 모자라고 재정은 늘 위기 상태이다. 앞서 ‘사실상 형식적’ 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던 민영화도 이것을 타파해보고자 했던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 발단은 냉전이 끝나고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부터이다.

동서독이 합쳐지자 분리 되어있던 철도 운영도 통합되었는데, 동독의 Deutsche Reichsbahn에서도, 서독의 Deutsche Bundesbahn에서도 상황이 좋지 못했다. 서독 철도는 1950년대부터 내내 재정 위기에 시달렸고, 발전하는 자동차 산업에 밀리고 정치계에서도 등한시되며 문제는 점점 심해져 갔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2차 대전 피해 복구 활동 등으로 재정 문제가 좀 나아지나 싶었지만, 결국은 빛만 늘어날 뿐이었다. 약 34만 유로의 빛더미에 앉은 서독 열차는 더 이상 운영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동독 철도의 상황은 초기에는 그에 비해 나은 편이었다. 동독에서는 철도가 운송산업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소련에 대한 전쟁 배상이 문제가 되었다. 배상금에 대한 내용이 좀처럼 합의되지 않자 소련은 동독의 철도를 이용해 그곳에 있는 물자와 산업시설들을 압류해오기 시작했고, 이 운송작전을 거친 동독의 철도망은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이 사건 이후로 동독의 경제는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손 댈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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