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군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현대로템이 만든 폴란드 수출용 K2흑표전차 출시를 기념하고 있다=YTN뉴스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다. 참혹한 전쟁의 참상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일이고, 전쟁을 치르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큰 고통이기에 안타까운 일이다. 전쟁 당사자들에게는 비극이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게는 주요한 소재이자 기회가 되는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한국의 언론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다만 한국 언론의 경우 다른 국가의 언론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있다.
첫 번째는 서구 언론의 시각을 답습한다는 점이다. 한국 언론의 우크라 전쟁 보도는 전쟁 발발 초기부터 철저하게 서구 언론의 시각, 특히 미국의 시각에서 보도를 이어왔다. 따라서 러시아를 무자비한 침략자로, 우크라이나를 선량한 희생자로 보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물론 러시아가 침략한 것은 맞지만, 러시아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서방 특히 미국에 얼마나 많은 경고를 보냈었는지, 그리고 왜 종국에는 전쟁을 일으키게 되었는지를 심층 분석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심지어 미국 언론에서조차 이번 전쟁의 궁극적인 원인을 미국과 서방 세계의 끊임없는 팽창 전략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찾아볼 수 있다. 나토의 동진으로 인하여 러시아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 계속 경고음을 내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에서 이를 무시한 결과가 결국 전쟁 발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 언론에서 그런 다양한 시각의 기사는 찾기 어렵다. 거의 맹목적이라 보일 정도로 서방 시각에 치우쳐 있고, 분석보다는 흥미위주 기사의 분량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K-방산에 대한 기사가 많다는 점이다. 우크라 전쟁으로 인하여 한국 방산 산업의 무기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국가의 경쟁력과 기술력,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언론이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한편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전쟁의 참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남의 불행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점도 지적받을 일이다.
방위 산업의 윤리적 문제는 철학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복잡한 논의는 피한다 하더라도, 무기상의 이미지는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여러 국제 정세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인도적 차원의 물품 지원이외에 무기나 탄약 등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도 있는데, 폴란드 등의 국가와 체결한 전투기와 탱크 등의 무기 수출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국가 이익을 오히려 해칠 위험도 있다.
이해는 된다. 우리가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은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기 체계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전 세계에 무기를 수출하는 단계로 발전했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언론은 이를 이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군사력으로 이미 손꼽히는 강국이 되었고, 거기에 더하여 방위 산업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세계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떠오르게 된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언론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나서서 떠든다고 해서 방산 제품 수출이 더 잘 될 것도 아니고, 언론이 조용하다고 해서 수출에 차질을 빚을 일도 아니다. 오히려 무기의 수출은 가급적 드러나지 않게,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늘 오버하는 한국 언론의 특성상 대단한 성과에 흥분하여 다소 과하게 시끄러울 정도로 떠드는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자숙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우크라 전쟁 당사국과 직접적인 거래를 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지역에 충분히 임팩트가 큰 인접국에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는 것에 대한 선정적인 접근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 한국 언론의 속성과 특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주문이기에 유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