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잔함과 찌질함

서담 승인 2022.11.15 11:28 의견 0
사진=mbc뉴스 유튜브 공개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윤석렬대통령이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동남아로 출국하는 대통령 전용비행기에 MBC 취재진은 탑승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MBC가 편파, 왜곡 보도를 일삼았기 때문에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는 순방길에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유다.

이 기사를 보고 떠오르는 느낌은, 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의 품성이 참으로 쪼잔하고 찌질하다는 생각이다. 아이게 부모에게 좀 대들었다고 아이를 집에 홀로 남겨놓고 나들이를 떠나는 부모가 있을까?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저렇듯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는 대통령은 보다보다 처음이다. 품격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으나,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MBC를 벌하는 이유로 꼽은 편파, 왜곡 보도를 짚어보자. 지난 유엔 순방길에 바이든과 제대로 눈도 맞추지 못하고 쫓아다니며 억지로 나눈 50초짜리 정상회담이후, "이 새끼들이 국회에서 날리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을 MBC에서 자막처리로 방송했다는 것이 편파 왜곡 보도라는 것이다.

온 국민이 그 동영상을 돌려보고 또 봤다. 아무리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우겨도, 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 다 판단을 했다. 눈앞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바이든과 뻘쭘해서 어색해 하기만 하는 윤대통령의 모습을 보인 영상 이후에 나온 발언이다.

바이든에게 무안을 당한 상황에서 나온 그 발언은 전후 맥락을 짚어볼 때 MBC의 자막대로이다. 그 맥락을 보면, 바이든에게 무시당하고 본인 스스로 무안하고 쪽팔려서 주위 사람들에게 "가오"를 잡으려고 나온 발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이 새끼들" 발언은 아예 부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미국 국회의원이 아니라 한국 국회의원을 지칭한 것이라는 변명까지 나왔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이 새끼들이라고 해도 괜찮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본인이 발언을 해 놓고, 동영상이 버젓이 있고, 온 국민이 다 돌려보고 판단을 내렸는데, 이제 와서 그것이 편파 왜곡보도라는 혐의를 씌워서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감시와 비판이 본연의 임무이자 사명인 언론에게 말이다.

이 정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인지 의심이 된다. 생각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전 세계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랑의 정세로 빠져들고 있는 지금,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불안해 죽겠다. MB 머릿속에는 삽한자루밖에 없다는 우스개가 있었는데, 윤대통령 머릿속에 소주병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MBC뿐만 아니라 그 당시 모든 언론이 동일한 자막으로 동영상을 내보냈었다. 언론이 그런 지적을 했으면, 대통령 자리에 걸맞은 품행을 하려고 노력할 일이지, 순방길에 특정 언론사를 배제한다는 조치를 내리다니, 쪼잔하고 찌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구사하는 언어가 그런 단어를 입에 달고 있었다고 해도,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이상, 정제된 언어와 절제하는 태도를 마땅히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난 해외 순방길에서 보여준 여러 실수와 물의로 인해 이번 해외 순방길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불안했는데, 떠나기도 전에 특정 언론을 탄압하는 모습부터 보이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기자단에서는 이번 조치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응할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니, 쓸데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왜 이렇게 논란과 구설이 끊이지 않는지, 용하다는 무당 불러서 굿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인 것은, 아마도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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