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김서울 재독 칼럼니스트] 지난 번 까지는 언어, 체육, 권리와 같은 다소 학술적이고 무거운 주제들을 가지고 얘기를 나눴었다. 그러니 이번 편에서는 여태껏 써본 적 없는 일상적이고, 현장감 있는 것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그 발단은 9월 초의 도시 이동이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자세히 다루겠지만, 독일의 교육과정은 꽤 독특하고 복잡하다. 그것은 유학생들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인데, 그 중 하나가 Studienkolleg, 즉 대학 예비자 과정이다.
많은 경우에서 이 1년간의 과정을 통과해야만 독일 대학으로의 지원이 가능해지고, 나도 그런 경우 중 하나에 속했다. 나는 그렇게 뮌헨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대학 예비자 과정이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이사해왔다.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받은 인상이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여느 독일의 도시에서 그렇듯,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처음 본 풍경은 도시 중앙역 근처의 모습들이었는데, 이 광경이 뮌헨과는 천지차이로 살벌했기 때문이다.
역에서 출구로 나오는 길에서부터 곳곳에 지린내가 진동을 했다. 그 때까지는 그저, 유난히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이 지저분하기 때문이리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출구를 벗어나 거리로 향하자 보인 것은, 대낮부터 보도 위에 널브러진 마약 중독자들과 부랑자들이었다.
도박장을 중심으로 아무 곳에나 아무렇게 주저 앉고 드러누운 그들의 시선이 꿈을 꾸는 것처럼 흐렸다. 굴러다니는 주사 바늘, 비운 음식물 용기에 담긴 정체모를 흰 가루들, 몸에 난 생채기, 뜻 모를 괴성을 지르는 등 기행을 보이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여전히 지독한 지린내와 악취가 거리 곳곳에서 풍겼다. 아마도 사리분별 하지 못하는 그들이 곳곳에 갈긴 분뇨 탓이리라. 나는 서둘러 중앙역 주변을 벗어났다. 도저히 오래 머무를 만한 곳은 아니었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수월하게 내가 본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는 이른바 환락가로, 성매매와 마약 소비 및 도박이 성행하는 곳이었다.
‘Stadt mit Herz(직역하면 ‘마음이 있는 도시’이며, 뮌헨은 대도시이지만 인정과 여유가 넘친다는 뜻으로, 뮌헨의 별명 중 하나이다.)’, 뮌헨에 있을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독일의 어두운 면이었다.
뮌헨이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윤택한 도시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프랑크푸르트도 ‘독일의 경제 수도’라는 이름으로 유명하기에 대체 왜 이런 광경이 펼쳐졌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독일의 대표적인 대도시로 셋을 꼽는다.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베를린. 그 중 가장 국가 수급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곳은 베를린, 그 다음이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뮌헨이었다.
국가지원금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야 할 정도의 심각한 경우들은 차치하더라도, 프랑크푸르트의 빈곤률은 다른 부유한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물론, 가난한 이들만이 마약을 소비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약 소비라는 현상은 중심에는 정치, 경제, 교육, 때로는 구체적인 사건 등 다양한 영역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곤과 마약 소비는 때려 해야 땔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일단 프랑크푸르트의 환락가인 중앙역 부근과 Taunusstraße, Keiserstraße등 부터가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들이고, 슬럼가에서의 마약소비는 이미 흔한 시나리오가 되어버렸지 않은가.
성매매도 마찬가지다. 프랑크푸르트의 홍등가는 지난 몇 십년간 꾸준히 불을 밝혀왔고, 그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가난에 내몰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무리 객관적인 시선으로 성산업을 바라보려고 해도,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이 종사자의 몸과 마음을 무척 상하게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럼에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들의 삶이 과연 윤택했겠는가?
빈곤률이 마찬가지로 높은 대도시인 베를린도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베를린의 성산업은 여행객들에게 유명할 정도이고, 마약 중독자들과 마약으로 사망한 이들의 수 또한 많다.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은 중앙역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인데, 이곳도 프랑크푸르트 내에서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에 속하며,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안전하지 않은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지어지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현재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에 즐비한 노숙자들, 부랑자들, 헌 옷 수거함을 뒤지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은 매일같이 보인다.
거리는 뮌헨과 비교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지저분하고, 사람들의 표정과 행색도 거칠고 피로해 보인다. 그러다 500미터 가량을 더 걸어가거나, 지하철로 몇 정거장만 더 가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높은 건물들, 커다란 쇼핑센터, 잘 정돈된 시가지와 고급스러운 집들, 그곳들은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 방향으로 얼마간만 가면, 또 다시 위험천만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토록 상이한 모습들에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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