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유일한 항공모함, 출항도 못하고 관광지로 전락해버린 사연

취역 직후 터진 아시아 경제 위기로 무기구입은커녕 운용예산조차 부족해

이정현 승인 2022.10.10 08:02 의견 0
▲ 관광객들이 항공모함 차크리 나루에벳을 견학하고 있다.=태국관광청 홈페이지


[뉴스임팩트/일본=이정현 통신원] 태국은 군사력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지만 엄연한 항공모함 보유국에 속한다.

태국어로 ‘위대한 차크리 왕조’라는 뜻을 가진 태국의 항공모함 차크리 나루에벳은 스페인 해군의 항공모함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의 설계를 기초로 개발되었고 실제 건조도 스페인의 바산 조선소에서 이루어졌다.

태국에게는 첫 항공모함인 동시에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제트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었기 때문에 1997년 취역 당시에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차크리 나루에벳은 실제 출항은 꿈도 못 꾸고 자국민들을 위한 관광지 신세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태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던 항공모함은 무슨 사유로 함정수명을 절반도 못 채우고 퇴역위기에 놓여있는 것일까.

사실 차크리 나루에벳을 둘러싼 문제는 취역 직후부터 발생했다. 바로 아시아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서 태국 정부는 해군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운용비용이 비싼 항공모함부터 활동이 멈추면서 차크리 나루에벳의 항해 일수는 급감했다.

여기에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조건으로 스페인이 양도한 AV-8A 해리어는 너무 낡은데다 부품조차 구하기 힘들어 전시용에 가까웠다. 결국 2006년을 기점으로 전량 퇴역시켰지만 삭감된 예산으로 새로운 함재기 구입은 생각지도 못한 탓에 차크리 나루에벳은 항공모함이 아닌 헬리콥터 모함이 되어버리고 만다.

물론 2004년에 발생한 스마트라 지진이나 2010년과 2011년에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 등의 대규모 재해 시에 중요한 구조역할을 수행한 적은 있지만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조차도 작년 3월 기사에서 차크리 나루에벳에 대해 ‘한 달에 며칠 밖에 항해하지 못한 채 평상시에는 모항(母港)에서 관광객들의 견학목적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국 해군도 차크리 나루에벳을 순순히 퇴역시킬 생각이 없다. 현재도 새로운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작년에는 자체개발한 무인항공기 MARCUS-B의 함상 이착륙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MARCUS-B는 전장 2.5미터, 주익 폭 4.3미터의 소형 무인항공기로 정찰이 주 목적이지만 헬리콥터마저도 30기 정도뿐인 태국 해군에게는 귀중한 전력이 될 수 있다.

태국처럼 무인항공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례로 튀르키예 해군의 강습상륙함 아나돌루가 있다. 튀르키예는 당초 F-35B를 도입하여 아나돌루를 경항공모함으로 운용하려 하였지만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며 F-35B 도입이 무산되자 자국의 무인항공기 제조사인 바이카르 사가 개발한 바이락타르 TB3의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

참고로 바이락타르 TB3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활약을 펼친 바이락타르 TB2의 함재기 버전으로 새로운 엔진을 탑재하고 함재를 위해 날개도 접이식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현재는 돈 먹는 하마로 취급되어 일 년의 대부분을 항구에만 정박하고 있는 차크리 나루에벳이지만 무인항공기 탑재로 다시금 태국 해군의 주 전력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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