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10월 대관식 앞두고 숙청 시작한 시진핑

뉴스임팩트 승인 2022.09.19 10:13 의견 0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왼쪽두번째)=YTN뉴스 유튜브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중국 공산당이 잘 쓰는 수법 중 하나는 숙청이다. 숙청은 정적을 없애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고, 중국인들에게 지도자로서 뭔가를 보여주려 할 때 그만한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이 없다.

중국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대대적인 숙청작업에 들어갔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규모 투자에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인데, 반도체 산업 관련자들을 부패혐의로 묶어 대규모 수사를 벌이면서 사실상 숙청작업이 진행중이다.

숙청을 진두지휘하는 기관은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다. 줄여서 기율·감찰위로 불리는데, 이 기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중국내 최고 사정기관이다.주로 공산당 고위간부나 국가투자기관의 고위직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는데, 한번 조사에 나서면 안 걸릴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혹한 조사수법으로 유명하다.

기율·감찰위가 현재 조사대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런카이 화신투자관리 부총재다. 화신투자관리는 중국의 반도체육성을 지원하는 국유기업이다. 런카이는 이 회사 서열3위의 최고위직 인사 중 한명이다.

런카이에 앞서 이미 중국내 주요 반도체 관련자들은 줄줄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중국 감찰 당국은 당원우 반도체 대기금 총재와 화신투자관리의 전현직 고위인사 5명을 조사한데 이어 최근 수사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중국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한 돈이 과연 제대로 쓰였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총 68조원에 달하는 대기금을 조성하고 반도체산업 지원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2014년 10%에 불과했던 반도체 자립률을 오는 2025년까지 최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반도체 자립률은 여전히 20%를 밑돌고 있다. 이 상태라면 3년뒤 70%의 자립률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투자한 어마어마한 돈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니 결과를 중시하는 공산당의 속성상 숙청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숙청의 시기가 묘하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키며 미국 내에서 최종 조립생산하지 않은 전기차에 대해 정부보조금(7500달러)을 주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규제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과 맞물려 중국이 내부정비를 먼저 한후 미국과 한판 뜨기 위해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와 함께 반도체, 바이오산업 등 이른바 ‘전도바’(전기차 반도체 바이오) 산업을 겨냥해 대대적인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중인 지원법의 핵심은 미국 안에서 생산하고, 조립하지 않으면 앞으로 정부보조금은 없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굴기나 전기차 육성을 통해 미국과 마짱을 뜨려는 중국을 아예 싹부터 자르겠다는 속셈이다.

법의 속성상 특정 국가나 세력을 겨냥했다고 해도 결국 부차적인 피해자는 나올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로 한국이 피해를 보게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상태라면 내년에는 정부보조금을 받는 테슬라가 보조금을 받지 않는 현대기아차보다 판매가격이 더 싸지는 현상까지 예고되고 있다.

중국정부로서는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규제 움직임에 맞서야 하는데,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내수시장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전기차는 큰 충격을 받지 않겠지만 자립률이 떨어지는 반도체산업은 그대로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엔비디아 등 미국 내 기업에 대해 AI(인공지능) 등 핵심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운 것은 다분히 중국의 군사산업을 통제하려는 속셈이다. AI 등 핵심반도체 수입이 어려워지면 첨단무기 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가 미흡한 반도체산업을 그대로 좌시할 경우 미국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속내가 감춰져 있다.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대규모 숙청이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이다. 중국정부는 오는 10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

당 대회는 이른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중요한 회의다. 3연임을 앞둔 시진핑은 그동안 시진핑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등 내부여론 단속에 적극 나섰지만 최근 정부의 강압적인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결국은 부정적인 국민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앞서도 얘기했듯이 여론환기에는 숙청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대대적 숙청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상황들을 고려할 때 중국정부의 숙청은 반도체산업 외에도 또다른 영역에서 깜짝 등장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또 숙청은 당 대회가 끝나는 오는 10월말까지 더 강도높게 확산될 여지가 많다.

중국 공산당의 권력을 지금까지 그랬듯이 피를 먹고 자라고, 또 유지되는 속성이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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