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대약진운동과 참새, 그리고 코로나봉쇄의 연결고리

최진우 승인 2022.07.25 18:40 의견 0
시진핑 중국국가주석=KBS뉴스 유튜브 영상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이 코로나19 방역조치 강화에 따른 중국국민들의 집단반발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세워 지난 3월부터 도시봉쇄를 포함한 강도 높은 코로나 방역조치를 거의 중국 전역에 걸쳐 시행하고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들은 3월이후 코로나 봉쇄와 해제가 번갈아가면서 적용되고 끝도 없이 PCR검사 음성증명서 제시를 요구하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다.

현재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들은 제로 코로나에 따른 전면 봉쇄 정책이 해제됐지만 다시 전염성이 강한 BA.5 오미크론 변종이 확산되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공공장소 출입에 72시간 내 PCR검사 음성증명서 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봉쇄와 해제, 부분봉쇄, 재봉쇄 등의 조치가 연이어 계속되면서 지칠대로 지친 시민들은 봉쇄정책으로 경제까지 안좋아지자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베이징사범대 학생 수백 명은 학교 측에 귀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학생들은 ‘대초흥, 진승왕(大楚興 陳勝王)’이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이는 기원전 209년 중국 최초의 농민 봉기로 평가 받는 진승·오광의 난 당시 반란군이 아군을 식별하기 위해 만든 ‘암구호’로, 사실상 봉기에 가까운 반발을 학생들이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학생들의 시위 영상은 중국정부의 발빠른 삭제 조치로 현재 웨이보 등 SNS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미 소문이 많이 퍼진 상태이다.끝도없는 PCR검사를 실시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검사원들에 대한 임금체불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라오닝성 선양에서는 지난 5월 이후 두 달 가까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사흘에 한 번씩 PCR 검사를 진행하면서 검사원들을 대거 채용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임금이 밀려 검사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며 사실상 파업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선양시내 여러 지역에서 운용하던 PCR 검사소가 문을 닫았다. 얼마 전 베이징 펑타이구에서도 PCR 검사원들이 임금 체불 시위를 벌인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인민에 대한 통제가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국에서 이런 류의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처럼 화염병과 돌이 등장하는 시위장면은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이 떼지어 모여 정책에 항의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기인한다. 코로나 환자가 단 한명만 발생해도 아파트 단지 전체, 심지어 도시 전체를 봉쇄시켜 코로나 확산되지 않도록 한다는, 다소 무모하고 무지막지해 보이는 이 정책은 시진핑의 3연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세계가 고통받는 코로나19를 중국에서만큼은 확실하게 틀어막아서 시진핑의 권력을 확실하게 다진다는 속내가 숨어있다.

하지만 지금의 형국은 오히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진핑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개월 가까운 장기봉쇄가 지속됨에 따라 인내심에 한계가 왔고, 가장 큰 문제는 봉쇄로 인해 경제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1950년대말 중국에서 시작된 대약진운동과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과 연관지어 비꼬는 시각도 있다. 마오쩌둥의 지시로 시작된 제사해운동이란 참새, 모기, 파리, 들쥐 등 네가지 해로운 것들을 제거하는 운동을 말한다.

마오쩌둥이 어느날 참새를 가리키며 “저 새는 해로운 새”라고 지적하자 이를 계기로 웃지못할 제사해운동이 일어났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후 중국인들은 전 인민이 동원되어 참새 2억마리를 박멸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참새가 거의 멸종되다시피 하자 이번에는 메뚜기 떼가 중국 전역을 뒤엎었다. 천적이 사라지자 메뚜기 떼가 창궐해 결과적으로 곡물 생산량은 곤두박질쳤고 제사해운동 3년후에는 대기근이 발생해 무려 3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굶어죽어가는 비극이 일어났던 것이다.

중국정부는 이후 네가지 해로운 것에서 참새를 빼고 바퀴벌레를 넣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지고 난 뒤였다. 이 대기근 사건은 이후 공산당 내부에서 마오쩌둥의 실책을 비판하는 사건으로 이어졌고 마오쩌둥은 마지못해 실권을 내려놓고 류사우치, 덩샤오핑 등이 나서 사태수습에 나섰다.

중국에서 신과 동급으로 추앙받던 마오쩌둥이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대기근이 발생하면서 권력(엄밀하게는 국가주석직만 사퇴)을 내려놓은 것은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일대 사건으로 기록된다.

물론 마오쩌둥은 이후 자신이 후계자로 내세운 류사오치가 자신을 실권에서 서서히 배제하려 하자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류사오치를 응징했다. 문화대혁명은 대약진운동이나 제사해운동 때보다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중국역사를 크게 후퇴시켰지만 마오쩌둥은 죽을 때까지 막강한 권력을 누렸다.

오는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화려하게 3연임 대관식을 위해 무모해 보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시진핑은 1950년대말 마오쩌둥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과 동급으로 추앙받던 마오쩌둥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제사해운동 때문에 잠시나마 실각했던 역사적 사실을 떠올린다면 시진핑 역시 무모한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3연임이라는 중요한 과업과 실질적인 중국황제에 오르는 대관식에 차질을 빚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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