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은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

최진우 승인 2022.07.19 17:27 의견 0
중동 순방에 나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의 실세,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고 있는 모습=MBC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급등하는 석유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지만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바이든은 지난 15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가졌다. 바이든이 취임 후 첫 중동순방에 나서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것은 다분히 최근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SOS를 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든의 이같은 행보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요원들에 의해 튀르키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무참히 살해당했을 때 보였던 태도와는 180도 결이 다른 것이어서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카슈끄지는 반정부 언론인으로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판했는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 왕세자 측에서 요원을 보내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던 그가 전부인과의 이혼문제로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하자 살해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카슈끄지 실종사건 직후 무함마드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고 바이든은 대통령선거 당시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적개심을 드러냈다.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카슈끄지 문제를 통해 사우디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나 이번 사우디 방문으로 바이든은 기존에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을 저질렀다. 사우디에 스스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인권을 앞세워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는 공언은 없었던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우디 방문을 통해 바이든이 실질적으로 얻은 게 별로 없다는 안팎의 평가가 더욱 그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바이든 방문 이전부터 사우디는 이미 더 이상 석유를 추가증산할 여력이 없다고 천명했고 바이든 방문 이후에도 별다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카슈끄지 문제를 외면한채 사우디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급히 달려간 바이든으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바이든 측은 사우디방문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인권을 생명처럼 여기는 민주당 대통령이 아무리 국제원유가격 안정 때문이라고 해도 사우디를 방문한 것이 타당했느냐는 의문부호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바이든은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회담에서 가장 먼저 카슈끄지 암살 문제를 제기했으며 당시와 지금 (암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서는 카슈끄지 암살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없었다는 외무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급기야 과연 바이든이 무함마드 왕세자 앞에서 카슈끄지 문제를 꺼냈는지를 둘러싼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의원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신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고 비판했고, 좌파 정치인이자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독재정권과 따뜻한 관계를 유지해선 안된다”며 바이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바이든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나면서 주먹인사를 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인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한 번의 주먹인사가 천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바이든의 부적절한 주먹인사를 비판했다.

바이든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주먹인사’를 한 것이 무슨 의미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발끈하며 “왜 더 중요한 것을 묻지 않느냐”고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바이든이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꿔 사우디를 다급하게 방문한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유류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기름값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선거에서 무조건 진다는 속언이 있을 정도로 유류가격은 서민생활과 직결돼 있는 문제다.

주마다 세금이 달라서 기름값에 차이가 있지만 가장 비싼 캘리포니아의 경우 휘발유값은 현재 갤런당 6달러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를 리터로 환산하면 리터당 2300원 정도로 계산된다. 미국 휘발유값이 한국 휘발유값도 더 비싸진 것이다.

한국과 달리 대중교통 체제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미국에서는 자동차는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필수품을 굴리려면 기름이 필요한데, 기름값이 이런 식으로 올라가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이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원유값 급등의 원인으로 계속 돌려왔지만 이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때문에 최근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바이든으로서는 중간선거 참패가 곧 레임덕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고 이를 막기 위해 다급한 마음에 사우디를 방문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의 헛발질에 러시아와 중국은 뒤에서 비웃고있을지 모른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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