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울의 독일편지, 머나먼 땅 또 다른 시간 6편] 축구,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Der Brief von Deutschland : Studium und Leben im Ausland

김서울 승인 2022.07.01 10:37 | 최종 수정 2022.07.06 15:49 의견 0
fc바이에른뮌헨 경기장 모습=김서울 기자


필자는 현재 철학을 공부하고자 독일 뮌헨에 있다. 하고자 하는 일, 바라는 세상을 찾고 이루어 나가고자 외국에서의 삶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은줄로 안다. 독일에서의 공부, 생활, 그리고 느껴진 것들을 잔잔히 들려주는 이 코너를 통해 나는 나와 같은 처지인 이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그렇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잠깐의 환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세계가 대지에서 밀려나옴을, 또한 대지로 축적되어감을 이야기했다. 다른 땅, 다른 환경, 다른 문화와 사람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의 세계’인 이곳에서, 나는 새롭고도 익숙한 말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축구,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뉴스임팩트=김서울 칼럼니스트] 지난 번 까지는 제법 무거운 이야기들을 해왔으니, 이제는 주제를 오락으로 옮겨 가보자. 흔히 독일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맥주와 프렛젤을 양손에 들고 축구 경기를 보며 환성을 지르는 사람들일 것이다. 독일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무한 이들이라도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 주 7일, UEFA 네이션스 리그의 독일과 영국 경기를 보고 왔다. 두 나라 모두 축구 열기가 대단한 유럽 전역에서도 유별난 훌리건들의 고장이기 때문에, 축구 경기 만큼이나 사람들의 반응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경기를 보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부터 소요가 시작됐다.

맥주 한 캔 씩 손에 들고 유니폼과 독일 국기로 치장한 사람들, 그리고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듯한 영국인들이 서로 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르고 함성을 질렀다. 탑승객은 기차 안을 가득 채우고도 한참 남아 역을 지나칠 때 마다 타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경기가 열리는 Allianz Arena-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FC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이 있는 역에 도착해서도 여전했다. 사람들의 열광이 과격한 사태로 번질까 중무장을 하고 말을 탄 경찰들도 출동해 있었다. 독일과 영국 양국 모두의 축구 열기가 대단한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니 놀라웠다.

자주, 비합리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복잡하고 깐깐한 규칙의 사회인 독일 국민들이 이토록 흥분하는 광경이라니. 어릴 적부터 K리그 경기를 줄곧 관람하며 축구 직관을 다수 경험해본 나였지만 놀라웠고, 한 편으로는 반가웠다. 고작 스물 두 명이서 공 하나를 차대는 놀이를 가지고 사람들은 아이가 된다. 일상을 벗어나고,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힘들을 마음껏 뻗쳐 보인다. 이토록 이상하고 놀라운 광경이다.

프렛젤과 맥주를 한 잔 사 들고 좌석에 앉았다. 다른 간식거리를 밖에서 가져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휴대전화와 지갑과 같은 필수적인 소지품 외의 반입도 거의가 금지이다. 흥분한 사람들이 던지거나 폭력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가 몇 차례의 테러를 겪은 뒤라 아마 소지품 검사는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수행하고 있으리라.

어찌되었든 게이트를 무사히 통과한 나는 90분 내내 독일과 영국 각각의 끊임없는 응원, 선수들의 훌륭한 플레이를 맘껏 즐겼다. 옆 자리의 할아버지는 독일 골대를 영국 선수의 볼이 아쉽게 비껴갈 때 마다 Glück(행운이야), 반대로 독일 선수의 슈팅이 빗맞을 때는 Schade(아쉽군)를 외치며 내게 말을 거셨다. 만면에 웃음을 띄고 축구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아 나도 번번히 그에 답했다.

Ja, echt ein Glück(네, 정말 행운이네요), 또는 Schade로 맞장구 치며. 사람들은 심판의 판정이 영국 측에 유리한 듯 되거나 영국 선수들이 별 것 아닌 스침에 그라운드를 구를 때 야유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경기는 독일 측의 반칙으로 결국 무승부가 되었지만, 내게는 더없이 즐겁고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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