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푸틴에 놀라 군사중립 포기하는 핀란드 스웨덴

최진우 승인 2022.06.10 17:14 의견 0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나토가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mbc뉴스유튜브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러시아의 일방적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동안 군사중립국으로 남아있던 핀란드와 스웨덴을 군사동맹 편입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불안감을 느낀 핀란드 정부가 15일(현지시간) 북대성양조약기구(나토) 가입신청을 내기로 결정하면서 북유럽 국가의 정치, 군사 지형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냉전체제에서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막기 위해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군사동맹 나토는 1949년 첫 출범 당시 12개 국가로 출발했다.하지만 1980년대말 소련의 붕괴와 함께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1999년 나토에 새로 가입했고, 2004년에는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과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회원국 지위를 얻으면서 나토는 급격히 세력을 불렸다.

2009년에는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가 나토에 가입했으며, 2017년 몬테네그로, 2020년에 북마케도니아까지 나토회원국이 되면서 1949년 12개 국가에서 시작된 나토는 현재 3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그동안 어느 쪽 편에 서지 않은 채 군사중립국으로 남아있던 핀란드가 새로 나토 가입을 신청하기로 했고, 스웨덴까지 나토 가입에 나설 경우 나토 회원국은 32개 국가로 늘어난다.

다만, 나토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나토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한데, 현재 나토 회원국 가운데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신규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이 확정적이라고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핀란드 내부에서 심각하게 검토해온 내용이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15일(현지시간)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대통령과 정부 외교정책위원회는 의회와 상의를 거쳐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할 것이라는 데 공동으로 합의했다”면서 “이는 역사적인 날이고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핀란드 의회의 분위기를 보면 나토 가입은 형식적 절차만 남겨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명 의원 대다수가 나토 가입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핀란드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그 불안심리는 군사중립국으로 남아있던 핀란드를 나토 가입이라는 극적인 결정으로 내몬 것으로 해석된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신청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사건일 수밖에 없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나토군이 러시아 국경선 코 앞에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정서적으로 서유럽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나토 가입을 하지 않은 채 군사적으로 중립을 지켜왔는데, 이번 나토 가입 신청은 군사적 중립국의 지위를 버리고 나토와 러시아 중 확실히 나토 편에 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스웨덴 역시 나토 회원국 합류에 발빠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최근 나토 회원국 합류에 따른 유럽 및 자국 안보 영향 등을 담은 '심각한 안보 환경 악화, 스웨덴의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스웨덴은 나토에 가입하면 유럽 안보·방위 문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어 나토 가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움직임은 나토의 동진 정책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으로선 불쾌하고 당혹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푸틴은 나토 가입과 관련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건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에게 “나토 가입은 실수”라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니니스퇴는 “러시아가 (핀란드의 나토가입을) 초래했다. 거울을 들여다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서 강한 경고를 하고 나섰지만 실제 군사적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핀란드와 스웨덴에 실질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경우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푸틴은 터키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기자들을 만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터키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핀란드와 스웨덴 의회에 터키가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출신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터키 남동부를 중심으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족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핀란드와 스웨덴은 쿠르드족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실제 쿠르드족 이민자들이 많은 스웨덴의 경우 쿠르드족 출신 6명이 의회에 들어가 있어 터키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터키가 실제로 어깃장을 넣어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미국과 다른 나토 회원국들이 모두 찬성할 경우 터키 홀로 이를 반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제위기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에르도안이 핀란드와 스웨덴에 대한 나토 회원국 가입 승인 조건으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뭔가 반대급부를 받아내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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