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푸틴이 부활시킨 미국 2개의 전쟁

최진우 승인 2022.03.14 18:54 의견 0
조 바이든 미 대통령= kbs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미국은 아주 오랫동안 2개의 전쟁 전략을 유지해왔다.

2차 세계대전때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을 동시에 상대했던 것에서 비롯된 2개의 전쟁 개념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1990년 미국의 대외전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당시 아버지 부시는 윈홀드윈(win-hold-win) 전략을 통해 2개 핵심지역에서 전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한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승리하고, 다른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쟁에 대해서도 이길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다는 개념을 정립했다.

실제 미국은 걸프전에서 국지적 전면전을 벌이면서도 동북아, 구체적으로는 북한과 중국의 도발에 대해서도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을 구축했었다.민주당 정부였던 빌 클린턴 때는 2개의 전쟁 개념이 더 확실해지면서 윈홀드윈이 아니라, 윈윈(win-win) 전략으로 개념이 더 공고해졌다.

이런 2개의 전쟁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였다.오바마는 천문학적인 국방비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10년간 국방비를 4890억달러를 감축하겠다며 사실상 2개의 전쟁 전략을 포기했었다.오바마가 표방한 대외전략은 기본적으로 전쟁을 통한 힘의 우위가 아니라, 협상과 평화를 앞세운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경제위기로 인해 더 이상 국방비로 천문학적인 돈을 쓸 수 없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 혼자 지구방위군 역할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유럽과 한국 등 동맹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다.트럼프는 유럽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카드까지 거론하며 동맹국들을 거세게 합박했다.오바마와 트럼프를 거치면서 한동안 유지되어온 미국의 2개 전쟁 포기전략은 공교롭게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오바마가 2개의 전쟁을 포기했을 당시 바이든은 부통령으로 있으면서 오바마의 새로운 대외전략에 적극 찬성했던 인물이다.그런 그가 다시 2개의 전쟁을 구상하게 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시진핑의 러시아 지원 움직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바이든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충돌을 제외한 동원 가능한 모든 규제를 통해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를 겨냥한 금융제재를 비롯해 무역규제, 러시아산 석유금수조치 등 초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바이든은 러시아를 압박하는 한편, 시진핑이 곤경에 처한 푸틴을 도울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이 러시아를 돕는다면 중국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에 어떤 형태의 물질적, 경제적 지원을 실제로 하는 범위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설리번은 “우리는 어떤 나라가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손실에 대해 벌충해 주는 것을 좌시하거나 지켜보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에 전달했다"며 제재 회피를 도울 경우 분명히 대가가 있을 것임을 중국에 직접, 비공개로 전달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바이든이 러시아를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을 겨냥해 경고에 나선 것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를 상대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바이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가능성을 공개한 북한을 겨냥해 “선을 넘었다”면서 추가제재를 경고하고 나섰다.러시아에 대해선 실질적인 제재를, 중국과 북한에 대해선 구두경고를 날린 셈이다.

바이든 정부의 올해 국방비 예산은 7780억달러로 전세계 방위비 지출의 39%를 차지하고 있다.2위 중국(2500억달러), 3위 러시아(1540억달러), 4위 영국(680억달러)를 합친 것보다 64% 더 많다.2위부터 13위를 다 더해야 미국과 비슷하니, 사실상 넘사벽 수준인 셈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내년 국방비를 올해보다 더 대폭적으로 올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상원 공화당 지도자 미치 매코넬은 바이든 행정부의 차기 예산안과 관련해 물가상승률보다 최소 5% 이상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격하면서 저마다 방위비 증액을 서두르고 있다.독일은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GDP 대비 2%까지 방위비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올라프 슐츠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의 날인 2월 24일은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며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국방비 증액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덴마크와 스웨덴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7.1% 증가한 1조4504억5000만위안(279조원)으로 책정했다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식 보고했다.미국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2개의 전쟁개념을 부활시키자 중국 역시 국방비를 대폭 증액시켜 맞불을 놓은 셈이다.세계는 당분간 냉전이후 가장 무서운 속도로 군비경쟁을 벌일 것이 확실해 보인다.이 모든 것이 푸틴의 불장난이 가져온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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