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우크라 전쟁 틈탄 일본의 핵무장

뉴스임팩트 승인 2022.03.07 10:59 의견 0
아베신조 전 일본총리가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일본배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mbc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직후 어수선한 시국에 이런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 다시 일어나고, 되놈 다시 나오니 조선은조심하여라.’

당시 민요 형태로 운율까지 맞춰 시장에 널리 퍼졌다고 하는데 7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의 국제정세를 정확히 예언한 말처럼 들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은 러시아 대 서방의 싸움으로 확전되고 있다.
물리적 충돌만 없을 뿐 지금처럼 정교한 글로벌 금융체제가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상황에선 서방의 금융제재는 핵폭탄보다 더 가공할 파괴력을 러시아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루블화 가치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러시아 최대은행으로 꼽히는 스베르방크 등 제재리스트에 오른 러시아은행들은 파산위기로 몰리고 있다.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최대 수년간 서방의 제재를 예상하고 준비해온 블라디미르 푸틴조차 지금의 상황은 예상답변에 없었던 시나리오인 듯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끌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일본의 움직임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가장 먼저 일본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것도 지금 총리가 아닌, 아베 신조 전 총리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아베가 누구인가. 재임기간 집요하게 일본이 1947년 이후 일관되게 지켜온 평화헌법 제9조을 개정하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평화헌법 제9조의 핵심은 전쟁포기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해석한 방위개념이 전수방위다.전수방위란 적이 일본을 무력으로 공격했을 때에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개념이다.그리고 보유하는 방위력도 방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로 한정하는 것이다.

매우 수동적인 방위개념인 전수방위 개념 하에서는 방위가 아닌, 적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이나 전폭기를 따로 두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이는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겠다는 비핵화 3원칙과 맞물려 일본 방위정책의 근간이 되었다.아베는 재임시절 평화헌법 제9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명확히 하는 개헌을 추진했다.

그렇지만 그는 평화헌법 개정에 부정적인 일본인들의 여론을 감안했기 때문인지, 적기지 공격이란 개념을 국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다. 적기지 공격은 쉽게 말해 전쟁억지를 위해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그랬던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확히 말하면, 핵무기를 제조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미국이 갖고 있는 핵무기를 일본에 반입해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핵화 3원칙 중 핵무기 제조를 제외한, 핵무기 보유와 반입 두 가지 원칙을 깨겠다는 의미다.시점이 묘하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작년 12월6일 개원한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적기지 공격능력’을 언급한 바 있다.총리의 소신표명은 자신의 국정방침과 중점 과제를 밝히는 것이다.일본총리가 소신표명 연설에서 적기지 공격능력을 언급한 것은 기시다가 처음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지난 2월16일 입헌민주당 의원이 “적기지 공격능력에 상대국 영공에서의 폭격도 포함하느냐”는 질문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기시다 정부관료들 사이에서 공격력 보유가 상당히 광범위한 공감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가 갑자기 “우크라이나가 핵무기가 없어서 러시아에 당했다”면서 핵무기 반입을 거론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기시다는 아베의 핵무기 거론이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봤는지 일단 명확한 선긋기에 나섰다.기사다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연고지가 피폭지 히로시마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베의 핵무기 반입 주장은 일본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극우정당인 일본 유신회와 극우지지세력, 심지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까지 가세해 자민당 내 최대파벌을 이끄는 아베 편에 서면서 기시다를 압박하고 있다.아베는 총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일본정치의 상왕처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시다 전에 스가를 총리를 앉힌 것도 그였고, 스가를 끌어내린 것도 그였다.기시다가 비록 반 아베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신청을 연기하기로 했다가 아베의 압력에 굴복해 이를 철회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는 언제든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핵무기 반입을 주장했다는 것은 기시다의 적기지 공격 개념과 맞물려 불길한 냄새를 풍긴다.미국이 여기에 동조해 독일에 그랬듯이 일본에도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동북아에서 핵무기가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게 된다.

미국놈, 소련놈, 일본놈, 중국놈을 모두 경계하라던 70여 년 전 경고를 떠올리게 하는 요즘이다. 결국 자주국방을 강화하는 것외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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