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정주영) 명예회장님은 몽구 회장이 계속 퇴진을 거부하자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냐.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라고 말했다. 그러자 몽구 회장은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명예회장은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국제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영어도 필요하고…' 라고까지 말했다.' (나는 박수 받을 줄 알았다 상권 중에서)
"(정몽구) 미래그룹(현대자동차그룹을 책에서 바꾼 것) 회장의 집중력은 장기 프로젝트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인천제철) 철강사 인수 때 보여준 집중력과 집요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회장은 조감도를 사무실에 두고 철광석과 석탄 공급선은 안정적인지, 고로 기술은 어디서 도입할 것인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했다." (노운 언노운 중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계열사 53개, 총자산 246조여원을 보유한 거함 현대차그룹을 일궈냈음에도 다소 엇갈린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경쟁자였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불세출의 천재 경영자 소리를 들은 것과 비교됩니다.
왜 정몽구 명예회장은 그 대단한 업적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까요. 앞서 인용한 '나는 박수 받을 줄 알았다'를 보면 궁금증이 풀립니다. 나는 박수 받을 줄 알았다는 2000~2004년 중앙일보에서 현대그룹을 맡았던 김시래 기자가 쓴 책입니다. 상, 하권으로 나뉘어 있죠.
나는 박수 받을 줄 알았다에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0년 3월 14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왕자의 난에서 동생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에게 패퇴하는 모습이 생생히 그려져 있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간 사이 동생의 측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몰아내려 하다가 제대로 역공을 맞았습니다.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경영권은 고사하고 원래 자신의 몫이었던 현대차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합니다. 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은 영어를 못 하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영 능력을 의심했습니다. 이익치 전 회장은 아예 "명예회장은 몽구 회장을 경영 측면에서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장남으로서만 생각하신다"고 직격탄을 날리기까지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를 지켜냈습니다. 현대그룹에서 분가도 했습니다. 그래도 한번 손상된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죠. 그가 말이 어눌하고 표현력이 서툰 것도 '몽구 회장은 자질이 없다'는 편견을 키웠고요.
그런 정몽구 명예회장이 어떻게 현대차그룹의 전성기를 이끌 수 있었을까요. 유인균 전 현대하이스코 회장, 이계안 전 현대캐피탈 회장, 정순원 전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장(사장), 우유철 전 현대로템 부회장, 김용환 전 현대제철 부회장 같은 전문경영인들이 그를 잘 보필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은 아무리 똑똑해도 최종결정권자가 아닙니다. 최종 결정은 오너인 정몽구 명예회장만이 내릴 수 있습니다.
해답은 지난 6월 발간된 기업 경영 소설 '노운 언노운(KNOWN UNKNOWN)'에 나옵니다. 소설이라지만 엄연히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책입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을 모터칸 회장으로, 현대차그룹을 미래그룹으로 바꿔 표현하긴 했지만요.
노운 언노운에 나타나 있는 정몽구 명예회장은 해외 공장에 파견 나간 직원들의 어려움을 보살피고, 어려운 인수·합병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공정한 인사를 단행하고, 협력업체와 상생하고, 품질 최우선 경영을 실천하고, 앞날을 내다보고 미래 먹거리를 마련합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걱정했던 외국과의 협상도 너끈히 해냅니다.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경영자인 거죠.
물론 노운 언노운을 100% 신뢰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화 기반이라지만 소설은 소설이고, 정몽구 명예회장 미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대목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노운 언노운을 통해 경영자로서 정몽구 명예회장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해 정의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은퇴했습니다. 한창 비즈니스에 전념할 때도 자기 얘기는 좀처럼 하지 않았던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제 와서 스스로를 드러내진 않을 겁니다. 그에 대해 알려면 현재 남아 있는 자료를 검토하는 수밖에 없단 거죠. 그 자료들 가운데 나는 박수 받을 줄 알았다 상하권과 노운 언노운은 인간 정몽구를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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