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항소심, 검-변 증거 열람·등사 신경전 '팽팽'

삼성바이오 압수수색 때 검찰이 가져간 18테라바이트 파일 두고 공방

이정희 승인 2021.09.01 09:18 | 최종 수정 2021.09.02 06:33 의견 0

서울고법 표지=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증거 인멸 사건을 다루는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증거 열람·등사 문제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김대현·하태한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증거 인멸과 은닉 등의 혐의를 심리하는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은 삼성전자 소속 이 모 부사장, 김 모 부사장과 삼성바이오 임원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 측은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했을 뿐이며 증거 인멸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2019년 12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도 있었지만 이 부사장 등 고위 임원 3명은 실형에 처해졌다.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9차 공판 때 변호인은 검찰이 2018년 삼성바이오를 압수수색하면서 가져간 서버 안에 있는 모든 자료를 열람·등사하겠다고 했다. 검찰에 넘어간 자료 가운데 분식회계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자료가 많은 만큼 이를 일일이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 서버에 있는 파일이 양형 인자(선고에 참작되는 요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에 열람·등사를 빨리 진행하라고 주문했었다. 양형(量刑)은 형벌 정도를 정하는 일이다.

검찰은 변호인 의견에 난색을 보였다. 18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자료 대부분이 DRM(Digital Rights Management·허용되지 않은 접근과 불법 복제를 제한하는 프로그램) 해제가 안 돼 내용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것들을 전부 열람·등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관련 형사재판(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재판)에서 제출된 자료만 열람·등사해도 양형 심사 대상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재판에서 18테라바이트 자료 중 폴더와 파일 제목을 보고 분식회계와 연관된다고 여겨지는 것들만 선별해서 증거로 제출했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수천만개 파일을 은닉했다는 게 검찰 입장 아니었나"며 "저희는 그 파일들이 분식회계와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제판에서 제출된 증거만 해도 파일이 1000개가 넘는다"며 "DRM 해제도 안 된 파일을 자꾸 달라는 건 양형 심사 외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받아쳤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자 재판부가 정리에 나섰다. 재판부는 우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부터 변호인이 확인한 뒤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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