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장@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전문기자] 2024년 4월 29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수장에 이건완 전 공군작전사령관이 임명됐다. 정통 기술관료 출신이나 학자형 인사도 아닌, 현장과 지휘, 전략과 실무를 모두 경험한 예비역 공군 중장 출신의 ADD 소장이라는 점에서, 이 인선은 국방과학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중대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건완 소장은 하사로 시작해 중장으로 전역하고, 다시 연구기관장으로 복귀한 특이한 경력의 인물로 꼽힌다. 이건완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경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곧 ‘계급을 뛰어넘는 실력주의’, ‘실전 중심의 연구개발 체계’, 그리고 ‘군과 과학의 연결자’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금오공고에서 시작된 비상, ‘계급장보다 실력을 믿다’=이건완 소장은 1961년 경기도 양주시에서 태어났다. 3남 1녀 중 차남으로, 금오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1980년 졸업 후 공군 하사관으로 입대했다. 이후 공군사관학교 32기에 하사 신분으로 입교해 1984년 수석 졸업, 조종 소위로 임관했다. ‘계급장을 벗고 다시 생도모자를 썼다’는 그의 이력은 군 내에서도 이례적이고 상징적이다.

현역 시절 그는 F-4, F-5 계열 전투기와 KC-100과 같은 훈련기의 운용 경험을 쌓았으며, 합참 공중작전과장, 제11전투비행단장, 공군참모차장, 공군작전사령관 등 핵심 작전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전투기 운용뿐 아니라 전군 공중작전 전략 수립 및 통합작전 조율에 관여하며 '작전통 군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공사 동기인 원인철 장군과 함께 중장까지 진급한 것은 단순한 동기승진이 아닌, 실력과 신뢰 기반의 보직 배치였다는 내부 평가가 따른다.

◇ADD 소장, 과학기술로 돌아온 군의 전략가=2019년 전역 후 약 5년 만에 ADD 소장으로 복귀한 이건완 중장의 존재는, ADD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닌 실전 연계형 무기개발 본부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사로 평가된다.

ADD는 방위사업청 산하 기관으로, 연 2조 원이 넘는 예산과 3000명 이상의 연구진을 거느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방기술 연구기관이다. 이 소장은 취임 직후 “ADD는 이제 연구소가 아니라 실전과학 전초기지여야 한다”며, 실용 중심 기술개발, 군·산·학 연계, 그리고 미래 위협 대응체계를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특히 세 가지 정책 방향을 내걸고 있다. 먼저 실전형 R&D 시스템 정착이다. 이는 기존의 ‘과제 중심 기술개발’에서 ‘작전요구 기반 개발’로 체계를 전환하고, 실전에서 바로 사용 가능한 형태의 시제품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는 무기 국산화와 기술자주성 강화이다. 이는 장거리 유도무기, AI 기반 표적식별 시스템, 국산 AESA 레이더, 극초음속 무기 등 핵심기술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민간 방산기업과의 협업 강화를 목표로 한다.

셋째는 드론-전자전-사이버연계 체계 집중 육성이다. 이를 위해 공군작전사령관 시절부터 강조했던 유무인 복합체계를 ADD 차원에서 기술화하고 있으며, ‘AI 작전 보조체계’의 선행연구도 직접 챙기고 있다.

◇다시 돌아온 부사관 출신, 국방 R&D 구조를 흔들다=이건완 소장은 ADD 소장이기 이전에 부사관 출신 최초의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자였다. 이는 단지 이력의 특이점이 아니라, 위계 중심의 군 조직에서도 실력과 전략적 감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본보기다.

그는 중장 시절, 부사관학군단(RNTC)의 부활을 주도하며 군 인재의 다양성 확대를 제도화했고, 지금도 ADD 연구소 내에서 기술인력 출신 연구관들의 현장 중심 기획권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가 ADD에서 말하는 ‘실용적 국방과학’은 말 그대로 “기술자의 안보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ADD의 미래, 이건완 리더십의 시험대=국방과학연구소는 지금 방산 수출 주도국가로의 전환, AI·드론 중심 전력구조 재편, 첨단무기 기술자립화라는 세 가지 역사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건완 소장의 리더십은 이 격변기에서 ‘군 출신 소장이 ADD의 체질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는 기술과 실전을 연결하는 중간지대의 지휘자이며, 동시에 국방연구소의 ‘공공성’과 ‘성과 중심주의’를 조화롭게 이끌어야 하는 균형의 리더다. 과연 이건완 ADD 소장이 이재명 정부의 과학안보 전략을 실현할 주역이 될 수 있을지, 그 첫 해의 성과는 대한민국 군과 과학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