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화 필리 조선소를 방문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존 펠란 해군부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한미 관세 협상의 일등공신으로 한화 필리 조선소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게 꽉 막혀 있던 관세 협상을 풀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31일 관세 협상을 끝냈다. 주요 내용은 한국산 제품 관세 15%, 한국이 미국 조선업 등에 3500억달러(492조여원) 투자, 미국 제품 무관세, 한국 비관세 장벽 철폐, 미국산 쌀과 생후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유지다. 한국이 많이 양보했지만 최소한의 방어는 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존 펠란(John C. Phelan) 해군부 장관, 러셀 보트(Russell Vought)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포함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 조선소를 방문했다.
해군부는 육군부, 공군부와 함께 국방부 지휘를 받는 미국 행정 기관이다. 해군부 장관은 국방부 장관과 동급이 아니지만 호칭은 같은 장관(Secretary)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미 대통령의 예산안 수립·집행, 입법 제안, 정책 우선순위 조정을 담당한다.
펠란 장관과 보트 국장의 보고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실현할 조선업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해 관세 협상을 매듭짓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 결단으로 교착 상태였던 협상이 단숨에 마무리됐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란 뜻이다. 한국 조선 회사들이 쇠락한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고자 신규 조선소 설립, 조선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유지·보수 활성화를 시행하는 것이 마스가 프로젝트 골자다.
한국 조선업의 실력을 입증한 한화 필리 조선소는 1776년 미국 독립 전쟁 때 설립됐다. 1990년대까지 미 해군이 필리 조선소를 보유하면서 다양한 군함을 건조했다.
1996년 필리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냉전이 종식된 후 예산이 줄어들자 미 국방부가 기지 폐쇄·재편을 단행해서다. 필리 조선소 부지는 필라델피아시로 넘어갔다.
필라델피아시는 노르웨이 엔지니어링 기업 크배너(Kvaerner)와 손잡고 필리 조선소를 다시 세웠다. 2005년 크배너 조선 사업 부문이 노르웨이 에너지 회사 아커(Aker)에 팔렸다. 필리 조선소도 아커 소유가 됐다.
지난해 한화그룹 소속 한화오션, 한화시스템이 1억달러(1402억여원)에 아커로부터 필리 조선소를 사들였다. 이후 한화는 연간 1~1.5척인 한화 필리 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2035년까지 10배로 끌어올리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미국에 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 필리 조선소를 교두보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주도하겠다"며 펠란 장관과 보트 국장을 설득했다. 이것이 협상 타결로 이어졌다. 한화 필리 조선소가 한국 국익 수호에 결정적 공훈을 세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