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민간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전통적인 군사 전략과 작전 수행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는 군사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에 혁신을 일으키며 세계 각국 군대의 전략적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링크는 저지구 궤도(LEO)에 수천 개의 소형 위성을 배치해 고속·저지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의 군사 위성 인터넷과 비교할 때 빠른 속도와 광범위한 커버리지가 강점이다. 민간 상업용으로 출발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전장 네트워크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군사적 가치는 더욱 부각됐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는 전장의 통신망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러시아군의 전자전과 사이버 공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군과 민간 통신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타링크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이 신속한 정보 공유와 실시간 전장 상황 파악이 가능했다”며 “이는 전투력 유지에 결정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기존 군사 위성은 대부분 지상 궤도(GEO)에서 운용되며, 커버리지에는 제한이 있고, 레이저 및 전자파 공격에 취약했다. 반면 스타링크는 수천 개 위성으로 네트워크를 분산시키며, 한두 개 위성 공격에도 전체 네트워크가 무너지지 않는 ‘복원력’을 갖췄다. 또한 낮은 궤도에 위치해 지연시간이 매우 짧아 드론 조종, 실시간 영상전송 등 정밀한 군사 작전 수행에 적합하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군사통신 전문가 제시카 로페즈 박사는 디펜스 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스타링크는 민간 기술이 군사 작전에 융합된 전형적 사례”라며 “과거처럼 특정 지점에 집중된 통신 허브가 아닌, 위성 대규모 분산 네트워크가 군사 통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링크처럼 민간 기업이 개발한 첨단 기술의 군사 도입은 국가 주도의 전통적 무기 개발 체계에 도전한다. 특히 미국의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 등은 민간 스타트업과 협력해 신속한 기술 도입을 추진한다. 워싱턴 소재 전략연구소 CSIS의 군사기술 전문가 톰 헤이워드 박사는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단순 통신망 그 이상”이라며 “정보우위 확보와 네트워크 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기술 기업과 군사 간 협력은 여러 가지 논란도 수반한다. 개인정보 보호, 기업 경영 방침과 군사 요구 간 갈등, 그리고 민간 인프라가 군사적 표적이 될 위험성 등이다. 이러한 이슈는 앞으로 기술 발전과 함께 지속해서 검토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스타링크가 전장 통신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아마존 ‘카이퍼 위성군’과 OneWeb, 중국의 국영 통신 위성 시스템 등이 유사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 국방부도 다층 위성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다양한 민간·공공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왕립국방대학(RNDU) 국방전략연구센터의 마이클 존슨 교수는 “전쟁에서의 승리는 점점 더 정보와 통신 우위에 달려 있다”며 “스타링크 같은 혁신 기술은 미래 전장에서 승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와 스타링크가 보여준 민간 기술의 군사적 잠재력은 단순한 상업 인터넷 서비스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분산화된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전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며, 전통적인 군사 통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향후 전쟁 양상은 이러한 첨단 기술과 AI, 네트워크가 어떻게 융합되고 활용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