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에 있는 SK하이닉스 본사.@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전 직원 A 씨 측이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영선 부장판사)는 A 씨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기 위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28일 열었다.

검찰은 지난 7일 A 씨를 구속 기소했다. 그가 중국 전자 회사 화웨이의 자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CMOS 이미지 센서(CIS) 관련 SK하이닉스 영업비밀을 무단 유출, 부정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CIS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반도체 소자다.

아울러 검찰은 A 씨가 SK하이닉스 기술 자료 사진을 1만1000여장이나 촬영했으며 대외비 문구, 회사 로고를 지우는 등 출처 은폐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 찍힌 자료엔 SK하이닉스의 주요 먹거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연관된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도 포함됐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두 개의 웨이퍼 표면에 금속 전극을 미리 형성한 다음 맞붙이는 기술이다. 적층 두께와 열 방출을 크게 줄여 다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HBM에 필수적으로 적용된다.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A 씨 측 변호인은 "SK하이닉스 영업비밀 부정 사용, 해외 누설과 배임 혐의를 모두 받아들인다"면서도 "2019년 5월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본딩 강의 자료가 산업기술보호법상 유출돼선 안 될 첨단 기술이라는 공소 사실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해당 강의 자료가 SK하이닉스 영업비밀이긴 하다"면서도 "하이브리드 본딩 자체는 일본 기업 소니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에 플러스 알파를 더해 최신 제품을 출시했는데 그 시기가 2022~2023년"이라고 했다.

강의가 진행되고 한참 지나서야 SK하이닉스산 하이브리드 본딩 제품이 나온 점을 고려할 때 A 씨가 강의 자료를 유출했어도 산업기술보호법을 어긴 건 아니라는 얘기다.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은 증거 조사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변호인은 하이브리드 본딩 강의 자료 등사를 허가해달라고 했지만 검찰이 난색을 보였다. SK하이닉스 영업비밀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비공개 열람하는 방법으로 변호인이 A 씨와 함께 강의 자료를 검토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정리했다.

공판준비기일은 1차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내달 18일 오전 10시 첫 공판기일을 열어 증거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다음 2차 공판에선 A 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