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 북극항로가 HMM의 미래 수익원이 될 수 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해양산업 육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HMM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MM은 현재 북극항로는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산업은행(36.02%),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등 정부 기관이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다 보니 정책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글로벌 해운사인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독일 하파그로이드 등도 손을 뗀 북극항로 운항에서 HMM이 수익성을 챙길 수 있느냐에 대해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북극에 약 900억 배럴의 석유와 47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면 위에 떠있는 해빙으로 인해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빙하가 녹으면서 채산성이 높아져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은 2030년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부산항을 에너지 저장·운송 거점항구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부산항을 중심으로 대규모 환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HMM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짧은 항로다.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으로 가는 기존 항로의 거리는 약 2만2000㎞인 반면,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4000㎞로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운항 기간은 25일 내외에서 15일 내외로 짧아지고, 운송 비용은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극항로 운영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수익성 극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HMM이 보유한 선박의 80%는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은 한 도시만 가는 게 아니라 두세 곳의 중간 기착지에 들러 환적 화물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하지만 북극항로 중간에는 경유할 만한 항구가 마땅치 않다.
북극항로를 실제 운항할 수 있는 기간은 해빙이 녹는 여름으로 한정되고, 겨울에는 일반 선박보다 30~50% 비싼 쇄빙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쇄빙선은 러시아 이외에 보유한 국가가 거의 없어 이용료도 비싸다. 러시아는 수에즈운하를 지나갈 때 드는 유류비와 통항료 등을 계산해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수준으로 요금을 산정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항로를 이용한 물동량을 2035년까지 4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북극항로 주도권 잡기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상선용 쇄빙선을 건조한 이력이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점이 주목된다. HMM이 K-조선업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북극항로 상업화에서 기술적·운영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