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돔 구상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언론을 통해 새로운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Golden Dome)’의 실전 배치 가능성을 띄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골든돔은 과거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스타워즈 계획(SDI)'을 계승한 개념으로,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보호”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하지만 과학계와 국방 전문가들은 일제히 고개를 젓고 있다. 미국 물리학회(APS) 소속 과학자들은 트럼프의 계획에 대해 “기술적 근거가 전무하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 매체 ‘404 미디어’는 이와 관련된 분석을 통해 “골든돔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전략적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아이언돔’이 아예 안 되는 이유=트럼프가 모델로 삼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Iron Dome)’은 국지적 단거리 로켓 방어에 특화된 시스템이다. 이스라엘은 서울보다 조금 넓은 국토에 국경을 따라 위협이 집중되어 있는 반면, 미국은 대륙 전역에 걸쳐 넓은 영토를 지니고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약 이스라엘의 375배에 달한다.
미국 전역을 방어하려면 수천 개의 요격체와 센서망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 기술적 배치와 운용, 유지보수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초래한다고 과학자들은 꼬집고 있다.
특히 탄도미사일(ICBM)의 요격은 현재 기술로도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이 부스트 단계(발사 직후), 중간 궤도 단계(우주를 가로지르는 구간), 종말 단계(대기권 재진입)로 구성되며, 이 세 구간 모두 요격이 극히 까다롭다고 설명한다.
부스트 단계는 발사 후 수십 초 이내에 요격이 이뤄져야 하나, 발사 위치와 시간의 예측이 불가능해 실현이 어렵다. 중간 단계는 우주 공간에서 요격이 이뤄져야 하지만, 기만용 미끼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종말 단계는 시간이 30초 내외로 짧아, 대응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기존 방어망도 ‘기초 수준’=현재 미국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는 GMD로,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일부 요격체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소규모 단발 공격에만 제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제한적 위협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러시아나 중국의 정교하고 대규모의 공격에는 사실상 무력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 기반의 요격 시스템을 계획중인 트럼프의 골든돔 구상은 비용과 기술 모두 극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가 언급한 ‘우주기반 요격’은 일종의 위성무기 시스템을 의미한다. 과거 스타워즈 계획에서도 논의되었지만, 지금까지 현실화된 바 없다. 이 방식이 유효하려면 수백 개 이상의 요격 위성이 지구 저궤도에 상시 배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몇 가지 난점을 안고 있다. 적의 미사일은 발사 후 수 분 내에 요격되어야 하며, 이는 우주에서의 신속한 대응을 요구한다.
위성의 배치 위치, 궤도 유지, 통신 지연 등 물리적 한계 역시 명확하다. 무엇보다 수십조 달러에 이를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미국이 과연 이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는 상당한 의문이다.
결국 트럼프의 ‘골든돔’ 발언은 자신의 확실한 지지기반인 보수층 결집을 위한 레토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골든돔 논란을 계기로 미국이 다시 한 번 군사적 우위 확보를 위한 우주 군비 경쟁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과거 SDI가 냉전 시대 소련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었듯, 골든돔 역시 전략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과학계에서는 “정치적 상징은 기술적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표현으로 트럼프의 골든돔이 비현실적인 ‘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