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방문해 현지지휘관의 설명을 듣고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종국 기자]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국방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및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전환하며, 동맹국들에게 러시아와 북한 등의 위협을 억제하는 역할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억제 역할, 한국에 떠넘기나=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서 국방부의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여타 지역에서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동맹국들에게 국방 부담을 더욱 전가하고, 한국 등 동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북한 억제 역할을 떠넘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경우, 이는 동맹국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안보 비용을 더욱 떠안아야 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지속된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기정사실화?=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하며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 증액을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에도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이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소 완화된 듯 보였으나 이번 헤그세스 장관의 지침을 통해 한국을 겨냥한 강한 압박이 다시 가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해군대학의 테런스 로리 교수는 "북한의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명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미군은 동북아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 견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이러한 기조는 단순한 방위비 문제를 넘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는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직접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앞으로는 한국이 그 역할을 더욱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점차 대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반도 방위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재배치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이러한 방위비 증액 압박과 전략 변화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한 비용 부담 증액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보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의 박원곤 교수는 "미국의 전략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포함한 포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