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박종국·이상우기자] ※ 장원준 교수 프로필.

육군사관학교, 미국 공군대학원(군수관리 석사),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경제학 박사) 졸업.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역임. 현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

육군 유무인복합전투체계 아미타이거 시범여단.@출처=연합뉴스

ㅡ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드론이 공중전의 미래이며 F-35 전투기를 만드는 건 바보짓이라고 했다. 전투기 시대는 끝났다고 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위력이 입증되긴 했다. 하지만 전투기의 효능이 사라지진 않았다. 드론이 사람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무기도 아니잖나. 인공위성에 기반한 실시간 지휘 통신, 통신 교란 대응 체제, 드론 운용자 역량까지 있어야 비로소 드론이 전장에서 제 구실을 한다. 머스크 CEO가 국방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본다."

"다만 머스크 CEO 발언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드론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에 대처하려면 유인 전투기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줄이는 방안,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를 결합한 유무인복합전투체계 개발을 확대하는 방안, 민간 첨단 기술을 기존 무기 체계에 빠르게 적용해 성능을 개량하는 방안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튀르키예 바이락타르 드론.@출처=연합뉴스

ㅡ드론 분야에선 K방산 기업들의 존재감이 약한 편인데.

"군용 드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튀르키예 사례를 보자. 튀르키예는 2018~2021년 중대형 군용 드론 190대를 수출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내로라하는 방산 강국인 중국(173대), 미국(143대), 이스라엘(142대)이 튀르키예보다 수출량이 적었다. 튀르키예 드론이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기막힌 사실이 있다. 튀르키예가 1990년대 드론 독자 개발이 힘들다며 한국에 송골매 무인기 기술 이전을 요청했단 거다. 그땐 한국이 튀르키예보다 드론 경쟁력이 앞섰던 셈이다.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우리가 튀르키예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

ㅡ놀라운 얘기다. 어쩌다 우리가 드론 경쟁력을 잃게 됐나.

"우리 군의 드론 소요가 모자랐다. 드론이 전투기, 헬기, 자주포, 미사일에 밀린 거다. 그나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 소요가 증가하긴 했지만 드론 경쟁력 강화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핵심 부품 국산화 차이도 컸다. 한국은 주로 중국에서 드론 부품을 수입해 조립, 가공한다. 반면 튀르키예는 엔진, 전자광학(EO)/적외선(IR) 센서 같은 드론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군단급 드론 ANKA로 유명한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 여러 국제 전쟁에서 명성을 떨친 바이락타르 드론을 생산하는 바이카르가 국산화를 이끌었다."

방산 행사에 전시된 자폭 드론.@출처=연합뉴스

ㅡ한국이 드론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드론을 무기 획득 최우선 순위로 상향해야 한다. 대량 개발, 생산 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무기대량복제정책(MRI)을 벤치마킹해 1~2년 내 수천 대 규모의 저비용 드론을 양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Military Replicator Initiative(MRI)는 미 국방부가 2023년 8월 발표한 무기 획득 프로그램이다. 중국의 군사력에 맞서기 위해 저비용으로 대량의 무기와 시스템을 신속하게 제작하려는 목적이다. 미 국방부는 MRI에 근거해 드론 수천 대를 2년 내에 개발하기로 했다.

"드론에 소모 가능(attritable·대량으로 잃어도 부담이 없으면서 비용이 저렴하고 성능은 쓸 만하다는 뜻)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소모 가능 개념이 없으면 드론 생산 후 운영 유지를 해야 하고 유실 시 문책을 당한다. 자폭 드론은 아예 무기가 아닌 탄약으로 구분해야 한다. 선진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

"드론 전문 업체를 지정해서 육성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 방산업체와 드론을 공동으로 개발, 제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예컨대 드론으로 유명한 미국 방산업체 안두릴이 K방산 드론 전문 업체와 기술 교류를 하고 생산에도 힘을 합친다면 한국의 드론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겠나."

전북대 방산연구소가 실시한 방산 수출 전문가 실태 조사 결과.@출처=장원준 교수

ㅡ우리가 드론까지 잘하면 방산 선진국들의 경계심이 더욱 커질 듯하다.

"미국과 유럽의 K방산 견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 1월 전북대 방산연구소가 실시한 방산 수출 전문가 실태 조사에서 입증됐다. 선진국의 K방산 견제가 심각하다는 전문가가 무려 90%에 달했다. 다만 그렇다고 우리가 방산 선진국들을 멀리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 시장 진출은 진출대로 하되 방산 선진국 기업들과 조인트 벤처, 전략적 제휴, 공동 개발과 생산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K방산이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이뤄내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일본 잠수함 라이게이 진수식.@출처=연합뉴스

ㅡK방산이 손을 잡아야 하는 국가에 일본도 포함되나. 우리가 일본과 협력할 게 있을까.

"일본은 27년까지 GDP의 2%로 방위비를 2배 올릴 계획이다. 작년 70조원에서 27년 90~100조원 규모로 예상한다. 가까운 이웃 국가에 대형 방산 시장이 열리는 거다. 최근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방산업체들이 일본에 사무소를 확대하고 있다는 전언이 들린다. 우리도 일본을 K-방산 수출의 새 먹거리로 삼아야 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내수 위주의 제한된 방산만 꾸려 왔다. 2014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완화하고 적극적으로 방산 세일즈에 나섰지만 결과가 신통찮았다. 수출 관련 제도, 조직, 인력, 인프라가 제대로 안 돼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기 위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납기 준수, 유지·보수, 절충 교역 경험 등도 크게 부족한 게 일본 실정이다."

※ 절충 교역은 외국에서 군사 장비, 물자, 용역을 획득할 때 외국 계약자에게 기술 이전과 부품 역수출 같은 반대 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이다. 획득하려는 군용 물자와 연관된 기술 이전과 부품 수출에 관한 직접 절충 교역, 획득하고자 하는 군용 물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간접 절충 교역으로 나뉜다.

"하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 지난해 기준 국방 예산이 일본은 70조원, 한국은 57조원 규모다. 국산화율도 일본이 90% 이상, 한국은 80% 내외다. 첨단 소재도 일본이 우수하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서로 강점이 있기에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에게 소재, 부품 기술을 배우고 일본은 K방산 노하우를 습득하면 어떨까 싶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체제에서 한일, 한미일 공조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조선, 함정 산업에 SOS를 보내고 있지 않나. 한일, 한미일 방산 협력을 강화해야 K방산이 강건해진다."

ㅡ마지막 질문이다. 방산 전문가의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들이 조언을 부탁한다면 어떤 얘길 해주겠나.

"방산이든 다른 일이든 자신이 가장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엔 방산이 이렇게 주목받거나 발전하지 못 했기에 더욱 그렇다. 더불어 어떤 분야든 나름대로 인생의 비전과 목표를 그려보고 실천하는 게 좋다. 아직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분야, 미래에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추천한다. 노력의 성과가 비교적 쉽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