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사진 왼쪽)와 박종국 뉴스임팩트 편집국장이 대화하고 있다.@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박종국·이상우기자] ※ 장원준 교수 프로필

육군사관학교, 미국 공군대학원(군수관리 석사),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경제학 박사) 졸업.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역임. 현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

K방산 대기업, 중소기업 실적 정리 표.@출처=장원준 교수

ㅡK방산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기업의 존재감이 크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실제로 전체 방산 매출액과 수출액에서 대기업 비중은 증가하는데 중소기업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K방산 전성기라고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한 셈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K방산 슈퍼 을 기업을 키워야 한다."

방산 소재, 부품 국산화 필요성을 설명하는 표.@출처=장원준 교수

ㅡ슈퍼 을 기업 육성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단 국산화부터 해야 한다.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해 보자.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 본체는 다쏘, 첨단 전자 장비는 탈레스, 미사일과 무장은 MBDA(에어버스가 지분 37.5%를 보유한 다국적 기업), 엔진은 사프란이 생산한다. 사실상 국산화에 성공한 거다. 반면 한국은 KF-21 전투기 본체를 KAI가 만들지만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이 제작한다. 공대공 미사일은 미국제, 독일제, 프랑스제를 쓴다. 국산화율이 떨어진단 뜻이다. 첨단 소재 쪽은 더하다. 모든 것을 국산으로 할 순 없어도 국산화율을 최대한 높여야 슈퍼 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국산화가 어려운 건 분명하지만 못 풀 과제는 아니다. 한국은 1970년대 방산 불모지에서 오늘날 세계적인 방산 국가로 발돋움했다. 번개 사업부터 미사일,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다에 이르기까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최근 사례도 있다. SNT 다이내믹스가 불과 20여년 만에 전차 변속기를 독자 개발해 냈다. 독일이 100여년 넘게 걸렸는데 말이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핵심 소재, 부품 국산화 대상을 선정하고 관련 기업을 뒷받침해 주면 국산화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팔란티어 로고.@출처=연합뉴스

ㅡ국산화 외에 다른 전략은.

"드론,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분야 첨단 민간 기술을 방산에 빨리 적용하면서 신속획득사업도 안착시켜야 한다. 미 국방부가 이걸 해냈기에 팔란티어나 안두릴의 성공 신화가 탄생한 거다."

※ 팔란티어는 2003년 설립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기업이다.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293조4600억원) 이상으로 세계 최고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의 시총 1035억달러(151조8656억여원)를 훌쩍 앞선다. 안두릴은 2017년 만들어진 방산 스타트업이다. 2019년 10억달러(1조4662억원) 수준이었던 기업 가치가 6년 만에 24배나 뛰었다.

"미 국방부는 국방혁신단(DIU)을 만들어 첨단 민간 기술을 국방에 접목하는 데 힘썼다. 어디 그뿐인가. 연구·개발 투자 증대, 사업관리자(PM) 중심의 과감하고 유연한 사업 수행, 성실 실패 용인, 장차관 직보 체계로 대표되는 의사 결정 단순화, 규제 철폐에도 미 국방부가 앞장섰다."

※ DIU는 2015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텍사스주 오스틴,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워싱턴DC,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들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안두릴을 포함한 민간 기업과 협력해 군용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성실 실패는 목표를 달성하진 못 했지만 사업을 충실히 진행했음을 인정하고 페널티를 면책해 준다는 의미다. 성실 실패 기업은 다른 사업에 재진입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중소기업 수출 창구 마련 전략.@출처=장원준 교수

"미국에 비해 우리 현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0년대 들어 신속시범사업을 개시하긴 했지만 제안서 채택이 기존 방산업체 위주로 되는 데다 사업이 성공해야 비로소 군 소요 반영이 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신속소요는 2023년 제도 신설 이후 여태 실제 사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제에 미국처럼 민간 첨단 기술 기업만을 위한 무기 획득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팔란티어, 안두릴 못지않은 K방산 슈퍼 을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

※ 신속시범사업은 빠른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신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를 2년 이내에 연구·개발한 다음 시범 운용을 거쳐 본격적인 군 도입까지 연계하는 사업이다. 신속소요는 민간이나 정부가 성능을 입증한 기술을 무기 체계에 적용하는 사업의 경우 5년 이내에 군 전력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한 것이다.

"방산 중소기업 수출 창구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하지 않으면 내수나 수출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들이 소규모 완제품은 물론 구성품, 부품, 소재까지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 독자 기술로 해외 방산 전시회도 가고 수출까지 하는 중소기업이 있지만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해외 정보에 어둡고 마케팅 역량마저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글로벌 시장을 뚫기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정부가 캐나다 상업공사(CCC), 프랑스 무기수출공사(ODAS)를 벤치마킹한 기관을 만들어 중소기업 수출 창구를 확보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시 부스.@출처=연합뉴스

ㅡK방산 대기업 가운데 한화그룹이 너무 독주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반대로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가질 때가 됐다며 한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화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앞서 슈퍼 을 기업을 키우자고 강조했지만 대기업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K방산 대기업들은 수출 확대, 연구·개발 투자 증대 등에 상당한 노력을 해 왔다. 한화는 지난 10년간 방산을 대폭 확장했다. 2014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2017년 두산 DST(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고 2022년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까지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기업 측면부터 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1조 2400억여원, 영업이익 1조 7320억여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소속이 된 뒤 흑자 기업으로 전환했다. 연구·개발 성과도 눈에 띈다. 호주에 수출된 레드백 장갑차는 한화가 자체적으로 투자해 개발했다. 한화오션은 미국도 조선·함정 MRO 기술을 인정할 만큼 글로벌 위상이 급등했다. 존 펠란 미 해군장관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통해 조선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한화가 커졌다지만 록히드마틴, RTX, 노스롭그루먼, BAE 시스템즈로 대표되는 초일류 글로벌 방산기업 TOP10에 비해 규모가 작다. 한화가 이들을 따라잡으려는 게 K방산에 나쁜 건가. 전혀 아니다. 한국 반도체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국 자동차를 선도하는 현대자동차 모두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이다. 전 세계 방산시장을 주도하려면 최소한 글로벌 TOP10에는 들어야 한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 사업 시너지 제고, 신시장 진출을 해내고자 덩치를 불리는 것에 눈을 흘길 이유는 없다. 오히려 글로벌 TOP10, TOP5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신속시범사업 토론회 기념사진.@출처=연합뉴스

ㅡ신속시범사업이 양산과 연계되지 못한 측면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국방부나 군, 방위사업청이 왜 이를 보완하지 않는 건가.

"왜소한 예산 규모, 법령과 규정 미비, 전담 기관 인력 부족과 업무 숙련도 부족 같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제도와 규정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선뜻 사업을 추진했다가 일이 잘못되면 감사받고 피해 볼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실무자가 신속소요, 신속시범사업을 활용하자고 해도 규정 미비 등으로 상급자의 의사 결정이 제한될 수 있다."

"신속시범사업, 신속소요가 현행 시스템인 국방기획관리제도(PPBEES)를 대체하거나 동등한 수준까지 가려면 미국처럼 해야 한다. 과도한 감사, 징계, 처벌이 없으면서 인센티브 부여와 넉넉한 예산 편성까지 성사돼야 한단 얘기다."

※ PPBEES는 기획, 계획, 예산, 집행, 평가 체계로 구성되는 통합적 국방자원관리 업무 체계를 이르는 말이다. 선행 조건이 완료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막혀 전력화 속도가 느려지는 단점이 있다.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설명하는 그래픽.@방위사업청

ㅡ슈퍼 을 기업 육성에 방산혁신클러스터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현재 대전, 경북 구미시, 경남 창원시에 방산혁신클러스터가 있는데 외국에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이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 방산혁신클러스터는 일정 지역에 방산 발전과 연관된 혁신 주체들이 모인 집합체다. 이들은 기능적 연계, 공간적 직접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2023년 산업연구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방산 선진국 대비 창원, 대전, 구미의 방산클러스터 경쟁력 수준은 67~77% 정도다. 미국이나 프랑스는 70~80년 전부터 방산클러스터를 키웠지만 한국은 2020년에야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시작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방산혁신클러스터는 몇 가지 한계가 있었다. 먼저 클러스터 조성 기간이 5년으로 턱없이 짧았던 데다 예산도 500억원에 불과했다. 최소 10년 넘게 수천억원 이상이 투자돼야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툴루즈 항공우주방산클러스터가 무려 100여년간 조성됐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5대 국방 신산업(인공지능, 드론, 로봇, 우주, 반도체)에 한정된 방산클러스터를 고집한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방산클러스터를 지역 주력 산업과 연결하기 어려웠다. 방산클러스터가 다양한 지역 산업과 연계될 수 있게 국방 신산업 범위를 넓혀야 한다. 당장 충남 논산시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만들려 하는데 논산엔 5대 신산업 기반이 부족하다. 다른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 희망 지역인 전북 전주시, 울산, 경남 거제시, 전북 군산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ㅡ방산혁신클러스터 도약을 위해 방사청이 맡을 일이 있다면.

"방사청이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와 힘을 합쳐 범부처 클러스터 추진 협의체(가칭)를 꾸린 다음 방산혁신클러스터, 국가전략산업단지, 소부장특화단지를 함께 구축하는 데 앞장서면 어떨까 싶다. 현실화만 되면 세계적인 규모의 클러스터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거로 예상한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