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항장 거리 표지.@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에 임직원들에게 "오그라진 마음을 갖지 말라"고 지적하곤 했다. 부정적, 방어적 사고방식을 깨라는 의미다. 인천 개항장 거리에서 오그라진 마음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인천 개항장 거리는 인천 중구 관동1가 53만7114㎡에 마련된 역사 문화 탐방 코스를 뜻한다. 인천 중구청이 1883년 개항된 인천항의 주변 지역을 문화지구로 조성했다.
인천 개항장 거리에 있는 일본식 가옥.@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는 지난 3일 인천 개항장 거리를 찾았다. 일본식 가옥을 비롯해 19세기 개화기의 정취를 느낄 만한 건물이 많이 보존돼 있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들도 눈에 띄었다.
거리에 차량이 제법 다니는 데다 노래방처럼 문화지구 성격에 맞지 않은 업소까지 군데군데 있어 산뜻한 감정은 안 들었다. 하지만 당국이 나름대로 인천 개항장 거리에 공을 들였음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구 일본 제18은행(사진 왼쪽)과 제58은행 건물.@뉴스임팩트
가장 이목을 끈 건물은 구 일본 제18은행, 제58은행이었다. 시대극에서나 등장하는 후기 르네상스 양식 건물을 접하니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들었다. 건물이 잘 만들어져서인지 지금도 제18은행은 근대건축전시관, 제58은행은 한국외식업중앙회 인천 중구지회로 쓰이고 있다.
다만 근대건축전시관을 둘러보다가 아쉬운 전시물을 발견했다. 일본이 설립한 은행들을 가리켜 조선인 수탈의 시작이라고 소개한 전시물이었다.
일본 은행의 조선인 수탈을 설명하는 전시물.@뉴스임팩트
일본 은행에선 수탈부터 떠올리라는 걸까. 실망스러웠다. 수탈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은행이라는 근대의 상징에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대응했고 무엇을 실패했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못된 일본인들이 착한 조선 사람들을 짓밟았다'는 프레임만 내세우는 게 거슬렸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인천에 몰려와 은행을 세운 일본 자본가들은 자기 이익 추구에 충실하라는 근대의 정신에 맞게 행동했다. 그들을 합리적으로 제어할 정책도, 강경하게 억누를 힘도 없었으면서 수탈했네 어쩌네 비난해 봐야 오그라진 마음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오그라진 마음을 벗어던지고 조선이 열린 자세로 근대를 받아들이지 못 해 한계에 직면한 이유부터 차근차근 되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자주적 근대화 무산과 국권 피탈로 이어진 치욕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인천 개항장 거리를 떠나면서 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