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해 막대한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EU가 미국의 도움 없이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선 막대한 방위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EU내 대표 싱크탱크 브뤼헐과 킬세계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비하려면 유럽 국가들은 매년 2500억 유로(약 376조 원)의 추가 국방비가 필요하다는 추산이다.
이 금액은 EU 회원국들의 지난해 평균 방위비 지출 규모(GDP 대비 1.99%)를 대폭 상회하는 것으로, 미국의 군사적 보호 없이 독자적으로 방위를 책임질 경우 최소 GDP 대비 3.5~4.0% 수준으로 방위비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계산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현재 약 800억 유로(약 120조 원) 규모의 방위비를 1400억 유로(약 211조 원)로 증액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EU 차원의 공동채권 발행을 통해 매년 1250억 유로(약 188조 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나머지 절반은 개별 국가가 추가 지출하도록 하되,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정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일이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 철수 시 유럽이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할 병력과 군사 장비의 규모도 상당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최소 30만 명의 추가 병력이 필요하며, 주력전차 1400대, 보병전투차 2000대를 새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육군이 보유한 전력보다 많은 수준이다.
현재 유럽의 군사 작전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내 미군이 지휘하는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SACRE)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는 미군의 지속적인 전략 자산 제공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유럽 차원의 독립적인 군사 조정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트람 볼프 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3~10년 내에 EU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이를 실질적인 위험으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막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가 승리할 경우 유럽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미 행정부는 유럽에 대해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오는 6월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전까지 GDP 대비 2% 방위비 지출 목표를 모든 회원국이 달성해야 하며, 향후 목표치를 5%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남부 국경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에서 군사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유럽 순방 중 장기적으로 미군 주둔을 감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CNN에 따르면, 그는 유럽 사령부를 포함한 미국 국방예산을 향후 5년간 매년 8%씩 삭감할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