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뉴스임팩트 편집국장(사진 왼쪽)과 유영식 전 해군 제독이 대화하고 있다.@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박종국·이상우기자] 대한민국 안보에서 바다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장 제2의 도시 부산, 세 번째 도시 인천, 최대 공업 도시 울산이 바다에 면한 항구다. 수도 서울도 바다와 가깝다. 바다가 막히면 우리 숨통이 조여지는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바다를 지키는 조직이 해군이다. 그렇기에 국방, 안보 이슈에서 육군 못지않게 해군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우리 해군의 과제는 무엇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이 의문을 풀고자 뉴스임팩트가 유영식 전 해군 제독을 만났다.

유영식 전 해군 제독은 1962년생으로 해군사관학교(해사) 39기를 졸업했다. 35년 9개월간 군 생활을 했다. 정훈 장교만 17년을 역임했다. 2009~2014년 해군 공보과장을 맡으며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2014년 해군 준장으로서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이 됐다. 2016년 말 전역한 뒤 방산업체 LIG넥스원에 영입돼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상무)을 지내기도 했다.

※ 정훈(政訓) 병과는 장병을 대상으로 한 정신 교육, 국민을 향한 홍보, 전시 홍보를 담당한다.

유영식 전 해군 제독.@뉴스임팩트

ㅡ어떤 계기로 해군에 청춘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나.

"바다에 남다른 포부가 있진 않았다. 고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사관학교 진학을 권유하는 데다 이웃에 해군 제독 한 분이 계셔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해사도 가볼 만하다고 여겼다."

ㅡ정훈 병과를 택한 이유는 뭔가.

"해사 항해과를 나와 동해·서해를 오가며 대(對)간첩 훈련, 야간 경비 작전 등을 수행했다. 1986년도쯤에 직업 군인을 계속한다면 어떤 분야로 갈지 고민했다. 해사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고 상관 추천도 있어 정훈 장교를 하게 됐다."

ㅡ정훈 장교 시절 어떤 역할이 기억에 남나.

"2004년 이라크 전쟁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의 활동 상황을 알리고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에서 공보 업무를 했다. 이때 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국민에게 전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배웠다. 국방부 대변인실에선 안보 의사결정 과정을 익혔다. 해군 위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기동훈련 중인 해군 함정들.@출처=연합뉴스

ㅡ우리 해군을 북한이나 일본에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

"북한 해상 전력은 우리 해군이 충분히 억누를 수 있다. 1, 2차 연평해전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수상전으론 답이 없다고 여긴 북한이 어뢰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한 거다.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우리 해군이 탐지 능력을 한층 강화했기에 또다시 당할 일은 없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우리 해군은 결이 다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중국, 러시아의 해양 진출을 감시하고 우리 해군은 북한 침입을 저지하는 게 주 임무다. 어디가 낫다 못하다 가늠하기 어렵다."

ㅡ우리 해군에 항공모함이 필요하다고 보나.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은데.

"장기적 관점에서 해군력을 키우려면 항공모함이 있어야 한다. 다만 당장 항공모함을 써먹기 마땅찮은 데다 인력, 예산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일리는 있다. 이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 시각차이다. 따라서 현 상태에선 항공모함 건조를 결단하기보다 연구·개발 단계까지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선 기술은 이미 갖춰져 있다. 연구·개발만 끝내 놓으면 항공모함을 가져야 할 시기가 오자마자 건조를 시작할 수 있다."

ㅡ핵잠수함 도입은 어찌 생각하나.

"핵잠수함이 있어야 한다. 일각에선 미국이 승인하지 않을 거란 얘길 하는데 우리 안보를 왜 미국 손에 넘기나. 미국이 우리 동맹국이지만 그들이 서울을 사수하고자 로스앤젤레스를 포기할 리 없잖나. 여차할 때 북한 해상을 봉쇄하기 위해서라도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해군이 핵잠수함을 마련하자고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2023년 부산에서 진행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출처=연합뉴스

ㅡ군과 기업을 모두 경험했다. 두 조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의사결정 구조는 비슷하나 목표가 다르다. 기업은 이익을 내는 게 먼저지만 군은 돈을 잘 쓰면 된다. 예컨대 목적 적합성이 있으면 군은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행사를 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반드시 비용 편익 분석을 통과해야 한다."

ㅡ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큰 갈등을 겪다가 겨우 수습했다. 큰 사업에서 K방산 업체끼리 다툼은 불가피한 걸까.

"K방산 업체들이 최소한 국내에선 협력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방산은 정부, 기업 합작 비즈니스다. 기업들이 싸우면 사업 가치만 훼손된다. 정부도 정밀하게 사업을 배분해 충돌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ㅡ서울 ADEX, 부산 MADEX, 계룡 KADEX, 킨텍스 DX KOREA 같은 국내 방산 전시회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다. 전시회에서 바꿔야 할 점을 꼽는다면.

"국내 방산 전시회가 그렇게 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사실 전시회에서 100명 중 1명이나마 연결되면 성공 아닌가. 게다가 외국 인사들이 와서 방산 제품을 바로 사들이진 않을지언정 교류는 한다. 그것만으로도 전시회를 연 성과가 있는 거다. 여기서 내실을 다지려면 그만큼 투자를 늘려야 한다."

2021년 해군 제주기지에서 순항훈련전단이 출항하는 모습.@출처=연합뉴스

ㅡ간부들의 군 이탈이 심각해 국방력 약화가 우려된다. 군이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매력적 조직으로 바뀌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나.

"처우 개선 외엔 답이 없다. 군은 주거 여건, 근무 환경, 조직 문화에서 일반 기업과 큰 차이가 있다. 그 와중에 급여까지 적으니 누가 군에 남아 있으려 하겠나. 임금과 수당 인상, 연금 보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예산을 안 쓰고 군 이탈률을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

ㅡ'국가안보정책 추진과 갈등 관리 - 제주민군복합항 건설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2013년 한국항해항만학회에 기고했는데 논문 취지와 갈등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

"제주민군복합항 추진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다. 지방 안보 사업은 반드시 특별법 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안보 사업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시행할 수 있다. 특별법이 없으면 보상 정책도 뒤엉키고 일부 극단적인 목소리만 커진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더 받아내려 하는 문제까지 생긴다."

ㅡ병력 부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군사기업 활용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해군의 경우 민간군사기업에 담당할 만한 임무가 있을까.

※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은 세계 각국에서 군사 컨설팅, 군납, 요인 경호, 특수 경비, 첩보, 공작 같은 군사 활동에 참여하는 민간 업체다.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은 민간군사기업에 맡길 만하다. 인구 감소에 따른 군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민간군사기업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영국, 프랑스도 MRO는 민간군사기업에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