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모습@연합뉴스
[한성규 라오스통신원=뉴스임팩트]여행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설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은 작년대비 73%나 증가했다고 한다. 추위를 피해 겨울에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여행객은 작년 대비 4배나 증가했다. 베트남은 일본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다. 설 기간 베트남으로 떠나는 여행객은 작년대비로도 78%나 증가했다.
베트남의 인기 여행지는 나트랑, 호찌민, 다낭 순이다. 우리의 최대명절 설은 베트남에서도 최대명절이다. 설 기간에 베트남에 갔다가 문을 연 식당을 못 찾을 수도 있다. 건기가 끝나고 우기로 접어드는 시기인 4월에 새해를 맞이하는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와 다르다. 다시 한 번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문화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문화권에 속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참고로 동남아에서도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력으로 새해를 맞는다. 이슬람력에는 윤달이 없어 새해 계산법이 복잡하고 자꾸 바뀌지만 작년에는 7월 8일이었다.
베트남 설은 뗏(Tết)이라고 부른다. 음력설을 의미하는 베트남어는 뗏 응웬 단(Tết Nguyên Đán)이다. 이 말을 줄여 뗏(Tết)으로 부른다.
베트남 사람들도 설날이 되면 모두 고향에 갈 준비를 한다. 바쁜 삶과 일상에 치여 평소엔 가족들끼리 왕래가 적더라도 설날엔 꼭 가족끼리 모인다. 우리나라와 같이 가족이 다 모여서 조상을 기린다. 우리와 같이 제사를 지내는 전통도 있다. 거의 매일 먹고 마시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한다.
우리나라 송편 같은 음식도 있다. 반 짜오(Bánh Chưng)와 반 틴(Bánh Tét)으로, 쌀과 고기를 사용하여 만든 전통적인 떡이다. 필자도 먹어봤는데 식감이 굉장히 독특하다. 찰떡보다 훨씬 더 찰진데 늘어지지는 않고 베어 물면 뚝뚝 끊긴다.
새뱃 돈도 준다. Li Xi라는 전통에 따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돈을 담은 빨간 봉투를 주며, 이는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돈은 꼭 봉투에 담아야 해서 다양한 리씨 돈봉투를 판다. 중국같은 빨간색 봉투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봉투까지 다양하다.
리씨는 꼭 어른들이 어린 아이들에게만 주는 것은 아니다. 설날 선물의 의미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면 설날 기념 이벤트로 세뱃돈을 주기도 한다.
다른 점도 있다. 먼저 베트남 설날은 한국보다 길다. 음력설 당일과 음력설을 포함한 주의 토요일, 일요일을 합쳐 약 7일 정도를 쉰다. 올해는 역대 최대로 길어 9일이나 쉰다. 학생의 경우 2주에서 3주나 쉰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대도시 위주로 사람들이 많이 산다. 대부분이 타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라 하노이나 호치민 같은 인구 천만 명이 넘는 도시가 텅텅 빈다.
베트남은 길기 때문에 북부지역은 새해에 춥지만 남부지역은 30도가 넘는다. 수도 하노이가 있는 북부지역은 설날에 겨울이기 때문에 한국 설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남부 호치민시는 낮 평균 30도이기 때문에 반팔을 입고 설날을 맞이한다. 지역별로 새해풍습도 차이가 있다.
하노이 같은 북부 도시는 낑깡나무와 벚꽃나무로 온 도시가 물든다. 거리에도 이 나무를 파는 가게로 걷기도 힘들다. 남부지역은 노랑색 매화꽃과 어우러진 붉은색으로 치장한다.
5가지 종류의 과일을 멋스럽게 장식하여 제사에 올리는 "멈 응우 꽈" 역시 북부/남부 지역별 구성하는 과일이 다르다.
북부 지역은 bưởi(자몽), đào(복숭아), quýt(귤), chuối (바나나), hồng(감)으로 남부 지역은 Mãng cầu (슈가애플), dừa (코코넛), đu đủ(파파야), xoài(망고), sung(무화과) 로 구성된다. 날씨가 차이나기 때문이다. 호치민 같은 남부에선 "멈 응우 꽈"에 바나나를 절대로 올리면 안 된다. 바나나를 뜻하는 베트남어인 쭈오이(Chuối)는 남부식 발음으로 빨리 말하다보면 "하락"이라는 뜻의 “쭈이(Chúi)” 단어와 같게 발음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재밌는 점도 있다. 베트남도 12지신이 있지만 한국과 몇가지 동물이 다르다. 소띠 대신 물소띠, 토끼띠 대신 고양이띠, 양띠 대신 염소띠가 있다. 올해는 뱀의 해지만 2023년에는 고양이해였다.
베트남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Chúc mừng năm mới! [쭉 믕 남 머이]이다. 혹시라도 타지에서 새해를 보내는 베트남 이웃이 있다면 쭉 믕 남 머이, 라고 한 마디 건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