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 (안중근 명대사)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우민호 감독이 지휘한 영화 하얼빈이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를 찍으며 국내 영화계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암울하던 시기,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저항의 중심이자 민족영웅으로 추앙받는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인 삶을 그린 이 영화는 희생, 애국심, 그리고 꺾이지 않는 인간 정신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수작으로 꼽히고 잇다.
영화 하얼빈은 단순한 역사적 고증에 그치지 않고, 도덕적 용기의 복잡성과 자유의 대가를 탐구하며 장르를 초월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매서운 추위가 감도는 만주의 험난한 풍경을 배경으로, 영화 하얼빈은 일본의 식민 지배 아래 고통받는 조선의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시작된다. 을사조약으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4년 후인 1909년. 안중근(현빈)은 독립군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자 총리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여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애를 쓴다. 자살 임무처럼 보이는 이 작전은 조직 내 첩자의 존재와 잔인한 일본군 소령 모리 타츠오(박훈)의 추격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다.
감독은 장대한 액션 시퀀스와 조용하고 성찰적인 순간들을 교묘히 배치하며 놀랍도록 세심한 연출력을 발휘한다.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암살 장면은 긴장감과 안무의 정점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감독은 시대의 암울함을 반영한 절제된 색조를 사용하면서, 극적인 순간에는 선명한 붉은 색을 삽입하여 긴박감을 더했다. 조영욱 작곡가의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음악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감정의 울림을 증폭시킨다.
현빈의 안중근 연기는 그야말로 변신에 가까운 열연이다. 혁명가로서의 격렬함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고뇌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절묘하게 균형 잡아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조용한 순간들, 미세한 눈빛이나 떨리는 목소리는 대사 몇 페이지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공부인 역의 전여빈과 안중근의 동료인 우덕순 역의 박정민을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도 서사를 풍부하게 하고 인간미를 더해준다.
약점이 없지는 않다. 몇몇 대사가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흐르거나 과장된 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재현하려는 노력은 인상적이지만,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추가된 일부 창작적 요소는 역사 순수주의자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영화의 전반적인 영향력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
하얼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사적 맥락을 넘어선 주제들을 대담하게 탐구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인적 희생과 집단적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일본에서는 영웅 그 이상의 대우를 받았던 이토 히로부미가 죽어야 할 15가지 죄목을 당당하게 밝힌 안중근의 열정적인 법정 연설에서, 그는 나라 간의 평화와 상호 존중에 대한 희망을 선언하며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의거후에 뤼순 형무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안중근은 수감 생활에도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일본인 군인이자 간수 지바 도시치는 안중근의 신념과 의지에 매료되어 안중근 사후 고향으로 돌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위패를 사찰에 모셔두고 넋을 기렸다. 안중근은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지바 도시치에게 마음을 담은 유묵을 남겼는데, ‘위국헌신 군인본분’ (爲國獻身 軍人本分), ‘나라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뜻을 담은 것이었다.
민족주의적 열기가 종종 역사적 서사를 지배하는 시대에 하얼빈은 국경을 초월한 인물의 깊이 있는 공감적인 묘사로 돋보인다.하얼빈이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안중근의 유산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금, 이 영화는 한국인의 저력을 증명하는 기념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평점: ★★★★★ (5점 만점)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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