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세계사를 뒤흔든 역사적 전쟁을 보면, 때로 뜻하지 않은 행운의 순간들 때문에 승패가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은 철저한 전략과 강력한 무기, 그리고 군사력으로만 승패가 갈리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때로는 날씨, 실수, 오판 같은 뜻밖의 사건들로 인해 전쟁의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과거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것이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이다. 1812년, 유럽을 정복하며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은 러시아 정복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대규모 군대인 그랑다르메(Grande Armée)를 무찌른 것은 러시아의 전략이나 군인이 아니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하기로 유명한 러시아의 가혹한 겨울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를 점령했지만, 도시가 이미 불타 폐허가 된 상태라 병사들은 머물 곳조차 없었다. 결국 퇴각을 선택했지만, 이때 갑작스러운 혹한과 식량 부족으로 수십만 명의 병력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의 겨울이라는 뜻밖의 변수는 나폴레옹의 몰락을 초래하며 유럽의 정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됐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에 쫓겨 덩케르크 해변까지 몰렸던 수십 만 명의 연합군 생환 기록 역시 안개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은 프랑스를 빠르게 점령하며 연합군을 덩케르크 해변으로 몰아넣었다. 30만 명의 연합군은 전멸 위기에 처했지만, 뜻밖의 행운이 그들을 구했다.
호기롭게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독일군 지휘부가 짙은 안개를 이유로 갑자기 진격을 멈추고 병력을 재정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짧은 틈을 타 연합군은 민간어선을 포함해 동원가능한 모든 선박을 총동원해 병사들을 안전하게 철수시켰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의미가 없지만, 독일군이 바로 공격을 감행했다면 연합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며, 2차 세계대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을 이룬 노르망디 상륙작전 또한 날씨와 허위 정보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1944년 6월 6일, 연합군은 노르망디 해안에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이 작전의 성공은 철저한 계획뿐 아니라, 날씨와 독일군의 판단 착오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당일, 프랑스 해안에는 폭풍우가 몰아쳐 독일군은 상륙작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게다가 연합군은 허위 정보를 유포해 독일군이 노르망디가 아닌 칼레 지역에 병력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 두 가지 요인 덕분에 연합군은 성공적으로 해안에 상륙하며 유럽 전선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예는 임진왜란 당시에도 발생했다. 1597년, 이순신 장군이 이끈 명량해전은 불리한 상황에서 조선이 승리한 극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로 일본군의 300척에 맞섰는데, 해전의 흐름을 바꾼 것은 자연의 힘이었다.
일본군이 진격하던 중 갑작스러운 조류의 변화로 배가 뒤엉켰고, 이순신 장군은 이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해, 조선을 지키는 결정적인 전투로 만들었다.
한편, 세계를 정복한 몽골의 두 차례에 걸친 일본 원정이 좌절된 것 역시 변덕스러운 자연이었다. 1274년, 몽골 함대는 일본정복에 나섰지만, 뜻하지 않은 태풍으로 인해 퇴각했으며, 1281년에는 더 큰 태풍이 몽골 함대를 괴멸시켜 원정은 실패로 끝났다.
일본의 역사가들은 이를 신의 보호로 여겼으며, 몽골 함대를 좌초시킨 태풍급 바람을 "카미카제(신풍)"로 불렀다. "카미카제"라는 용어는 후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자살 공격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었지만, 원래는 몽골 침략을 막은 강력한 태풍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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