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제망매가

혈육의 정은 천리… 여동생 정은미 씨와의 분쟁 끝내야

이상우 승인 2024.07.15 01:00 | 최종 수정 2024.07.15 09:58 의견 0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학창 시절 국어 공부를 하다가 마음이 먹먹해진 적이 있습니다. 공부하면서 슬퍼한다는 표현이 이상하지만 지금도 그때 기분이 생생합니다.

애수를 느끼게 한 작품은 8세기 신라 승려 월명사가 지은 '제망매가(祭亡妹歌)'입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누이동생을 추모하는 향가죠. 특히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는가',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구나'는 구절은 참으로 가슴을 저리게 만듭니다.

이처럼 혈육을 그리워하는 정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에게 깊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킵니다. 피붙이는 논리로 따질 수 없는 천리(天理·하늘의 바른 도리)에 해당하니까요.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선 천리를 깨고 가족을 핍박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일반 시민뿐 아니라 사회 지도층도 마찬가집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여동생 정은미 씨 간 법적 분쟁입니다. 6년 넘게 남매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죠.

정태영 부회장과 정은미 씨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양 당사자 모두 말을 아끼고 있어서죠. 다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정태영 부회장이 여동생을 너무 심하게 압박한다는 겁니다.

정태영 부회장은 여동생이 사문서를 위조했다며 고소해 재판을 받게 했습니다. 남매 부모가 거주한 서울 종로구 주택을 정은미 씨가 근린 생활 시설로 바꾸려 했는데 그 과정을 문제 삼은 겁니다. 자기 동의를 받지 않고 인장 이미지를 임의로 만들어 썼다는 거죠. 정은미 씨가 재산을 침탈하려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뭔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입니다.

심지어 정태영 부회장은 여동생 재판에 계속 자신을 대리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 지켜보고 있다는 식으로 정은미 씨를 내리누르려는 의도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정태영 부회장 나이가 올해 예순넷입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미련이 남지 않게 마무리해야 할 연배죠. 뒤늦게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는가'고 후회하기보다 이제라도 정은미 씨와의 다툼을 멈추는 게 정태영 부회장이 천리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제망매가를 읽어보고 여동생에 대한 미움을 정리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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