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익힌 건전한 습관을 보물로 삼아야

이장호 승인 2024.05.25 02:00 의견 0
내무 생활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습관의 중요성과 그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얼마 전 TV에 고등학생이 불규칙한 생활과 게으른 학업 생활로 대학에도 낙방했음에도 그 습관을 고치지 않아 해법을 구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의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육군훈련소에 근무하는 후배에 들은 얘기다. 훈련소에 입대해 생활하는 훈련병들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규칙적인 일상’이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유로운 일상과 시간에 익숙해진 탓에 갑자기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이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는 것이다.

심지어 아침 기상시간에 일어나지 못해 조교들이 방마다 찾아다니며 강제(?) 기상을 시킬 정도로 군 입대전의 습관으로 아침이 괴로운 훈련병들은 사회와는 전혀 다른 일상을 따라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훈련병으로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종종 일어나 훈련소 시절의 추억이 될 정도라고 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고 밥을 먹고 훈련이나 일과를 하고 오후에는 체력단련도 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다 저녁을 먹고 자유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잠을 잔다. 부대 밖을 나가는 것만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일상을 보낸다. 불편하고 군기 잡고 선임들의 황포가 있던 시절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군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군에서도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잘 적응하는 병사가 있는 반면, 전역할 때까지도 군 일상을 힘겨워 하면 오직 빨리 군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힘겹게 생활하는 병사도 있다고 한다. 20년간 몸에 밴 습관이 단기간에 변하기는 어렵겠지만, 군생활 18개원 동안에도 몸에 배지 않아 억지로 끌려 다니는 부류도 있다고 하니 개인의 습관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공통적인 교육과정과 또래들과의 문화 공유 등의 요인으로 유사한 생활패턴과 성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는 공통 사항보다 개인의 생활환경이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친다. 쌍둥이도 성격이나 성향이 다를 정도로 똑 같은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 모두에게 요구되는 공통의 가치관은 존재한다. 질서나 법을 지키고, 선을 추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등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공동 선(善)을 추구하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간다. 가끔 평균적인 삶이 아닌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어 비난을 받거나 사회에서 격리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다양한 성향의 병사들이 모여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군은 이런 사회의 축소판이며, 사회의 여러 단면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비슷해 보이는 동료 병사들의 생활패턴이나 선호 경향을 보면 그가 살아 온 인생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좋은 생활 습관으로 건강하고 건전한 군 생활을 하며 큰 어려움이나 갈등 없이 잘 적응하는 병사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병사도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군대라는 원하지 않는 환경이라는 핑계로 자신을 합리화 한다. 군이라는 환경이 편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군대에서 일생을 살다보면 그 습관도 대부분 영향을 받고 좋은 방향으로 변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식사, 자신의 생활을 누구의 도움보다 스스로 해결하면서 성인으로서의 독립적인 삶의 방향과 자립이라는 가치를 몸에 익히게 되는 기회가 된다. 예전에 ‘남자는 군대 갔다 와야 사람된다’는 말이 있었다.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귀하게 크고 가족에 의존했던 삶에서 혼자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경험하며 느끼는 과정이 삶을 건강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군을 전역하고 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군에서 18개월 동안 생활한 습관을 잘 유지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은 건강도 도와준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움직이고, 잠을 자는 것이 생활 리듬을 지켜주어 삶의 활력을 주고 몸의 순환도 도와줘 결국 건강하게 된다는 말이다. 몸의 리듬이나 규착이 깨지면서 병이 생긴다. 의사들도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 운동을 모든 처방에 덧붙여 강조하고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일상에서 습관만 들이면 병이 안 생긴다는 이치와 일맥상통하다.

또한,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부자되기와 성공하기 처세술을 다룬 책들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세부적으로 시간 관리와 재무 관리, 인적 관리 등을 주요한 요소로 꼽으며 이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결국 개인의 성향이나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부지런하면 성공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과도 통하는 말이다.

아침 기상시간에 힘겹게 하루를 시작하는 병사와 활기차게 벌떡 일어나는 병사가 18개월 동안 몸에 베이는 습관은 전혀 다를 것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에서도 군에서 익힌 자기 관리와 통제의 습관을 잘 활용한다면 군 생활에서 가장 좋은 열매를 얻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 스스로도 사관학교에서 배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공부의 습관으로 타인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군 생활이 불편하고 싫고 귀찮은 환경이라고 불평하기보다 나를 단련하고 앞으로의 삶을 더욱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습관과 건강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꾼다면, 돈 주고도 얻지 못할 평생의 선물을 받아가는 것이다. 20대 중반이면 이제는 누구에게 의지하는 나약한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 개적하고 노력하는 삶을 사는 성숙한 삶이어야 한다.

군에서 얻어가는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찾아보면 많은 보물창고일 수도 있다. 찾기 나름이다. 보물은 내가 보는 만큼 보인다. 매 순간이 보물인지 잘 찾아보면 분명히 보일 것이다. 인생을 좌우 할 좋은 건전한 습관과 자신을 단련하는 경험을 잘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현명함을 잊지 말자.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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