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청년들도 결혼과 육아를 피한다

출산율 1.09
30세, 31세 미혼율  27.7%, 23.7%

한성규 승인 2024.05.10 02:00 | 최종 수정 2024.05.11 10:26 의견 0
2023년도 중국 대학의 대학원생 모집 시험 응시자들@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 한국에서도 출산율이 문제지만 중국에서도 출산율은 문제다. 중국 인구는 현제 14억 정도가 되는데 인구가 점점 감소해 2022년부터 세계1위의 인구 대국자리도 인도에 내주었다. 이것은 1700년부터 이어져온 중국-인도 순의 세계 인구 순위가 처음으로 바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중국 인구학회 연례회의에서 중국의 출산율은 1.09로 예상됐다.

한때 중국에는 인구가 너무 많아 문제였다. 1950년도에는 한해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만 2,138만 명에 달했다. 1년에 북한 인구 수 만큼의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말이다. 중국 정부는 1971년부터 산아제한 권고를 시작했다. 1978년부터는 강제로 한 명만 낳게 했다. 그랬던 것이 2016년 두 자녀 정책을 넘어 2021년에는 3자녀를 낳으라고 부추기지만 3자녀는 이제 보기 힘들다.

중국 20대 후반 청년 중 절반 이상은 미혼이다. 경제 급성장기에는 대학 졸업 후에 바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빨리 가졌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이제 모두 결혼을 미룬다.

국가통계국의 ‘2023년 중국 인구고용통계연감’ 의 자료에 따르면 25~29세의 미혼율은 51.3%, 25세 미혼율이 70.8%이다. 30세, 31세 미혼율 각각 27.7%, 23.7%로 20%를 넘어섰다.중국은 조혼의 풍습을 막기 위해 남성 22세, 여성 20세 이상이어야 결혼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다. 경제 발전기인 2010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초혼 연령은 24.89세였지만 그러나 2020년엔 28.67세까지 올라 이제 30을 바라보게 되었다.

올해 7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중국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선생님이 되려고 준비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영어강사일을 병행하다보니 쉽지 않았다. 결혼이 늦어진 이유를 물어봤더니 남자친구도 공무원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자신도 선생님으로 취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돈을 모아서 차를 사고 둘이 모아서 모기지를 끼고 집을 마련한 후에야 드디어 올해 결혼을 올린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결혼까지 10년이 걸렸다.

중국부동산 대출 규모는 2004년 1.6조 위안에서 2018년 25.8조 위안으로 16.1배나 증가했다. 가처분 소득 대비 부동산 대출규모가 47.6%나 된다. 역시 살 집이 문제다.

중국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사고방식 변화도 있지만 취업난이 직격탄이다. 현재 결혼 적령기인 1990년대생, 2000년대생 대다수가 대학교육을 받느라 사회진입 시기가 늦어졌고, 취업도 안 된다. 차도 사고 집도사야 결혼을 할 수 있겠는데 차와 집을 살 수 있는 거금은 직장을 몇 년 정도 다녀야 모인다.

이같은 늦은 결혼은 출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 수는 956만명으로 1949년 이후 7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1000만명 아래를 기록했다. 2016년 1883만명을 기록한 이후 7년 연속 내림세를 지속해 올해 신생아 수는 900만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중국 전체 인구도 최근 대기근이 발생한 1961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양육비도 문제다.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위와인구 연수소는 중국의 만 18세까지 양육비가 전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밝혔다. 1인당 GDP의 6.9배에 해당하는 돈을 양육비에 쓴다고 한다. 중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양육비는 이보다 훨씬 낮고 주요 선진국의 양육비도 1인당 GDP의 3~4배 정도다.

3세 이하 영유아를 위한 어린이집 보육률은 4%에 불과하다. 유럽은 50%에 달한다. 중국은 3세 이하 영유아만 4000만 명이다. 상하이나 베이징의 보모 임금은 한 달에 1만위엔, 한화로 거의 200만원에 달한다. 더 이상 중국은 저임금 국가가 아니다. 중국보다 한참 임금수준이 높은 홍콩도 4000위엔이면 외국인 보모를 쓸 수 있다. 이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특수 임금적용을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보모를 도입중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68.6퍼센트로 세계평균인 52.6%보다 훨씬 높다. 중국은 박사 학위자 수만 2019년 기준 42.4만 명, 석사 학위자는 243.9만명에 달한다. 고학력자들, 특히 여성 고학력자들은 결혼을 미룬다.

인구의 고령화도 문제다. 2020년의 중국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91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한다. 이 숫자는 전 세계 고령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중국도 2032년 전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데 2057년에 중국인 고령인구만 4.25억 명이 될 전망이다. 누가 이 사람들을 먹여 살릴지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고학력자가 넘치는데 실업률은 높고, 집 때문에 결혼을 못하며, 양육비 탓에 아이를 안 낳는 나라? 이게 중국 이야기인지 한국이야기인지 듣다 보면 헷갈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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