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주택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인플레이션 심화로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코로나 이후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집 구하기는 이제 하늘의 별따기다. 주택난은 자기집이 없이 세를 사는 젊은층에게 생활비 상승과 함께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뉴스임팩트는 유럽 현지를 방문해서 코로나 이후 무섭게 뛰고 있는 주거비 현상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스페인 말라가/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관광객들이 몰려도 너무 몰려서 말라가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때문에 주거비는 물론, 외식비 등 각종 생활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최대도시 중 하나인 말라가는 전통적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은 곳이다. 일년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 때문에 북유럽 사람들이 겨울철 말라가를 방문해서 휴가를 보내기 때문이다.
말라가는 코로나 기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크고 작은 고통을 겪었다.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벌이가 줄어들자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히 버틴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관광객은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고, 관광산업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벌써 회복한지 오래됐다. 문제는 관광객이 몰려도 너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말라가를 방문한 지난달은 봄날씨와 함께 수 많은 관광객들로 시내가 붐비고 있었다. 말라가 관광청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말라가를 방문한 관광객수는 1200만명 정도였는데, 코로나 기간 이 숫자는 100만명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방문 관광객 숫자가 1400만명을 넘어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기존에 왔던 방문객수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말라가 관광청의 에르네스토 통계국장은 “2022년부터 말라가를 방문하는 관광객수가 급증하더니, 작년에는 1400만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추세라면 올해는 방문객 수가 1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페인 정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을 방문한 전체 관광객수는 8500만명에 달한다. 이 역시 코로나 끝물인 2022년에 비해 12% 가량 증가한 수치인데, 전체 스페인 방문객의 16.4%를 말라가 1개 도시가 차지할 정도로 말라가는 관광객들에게 최고 인기도시로 꼽힌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관광수입이 늘어난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주택난이다.
말라가대학교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유학생 아이샤 알리는 “시내 중심가 월세가 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 지금은 말라가 외곽에서 사는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5 제곱미터 크기의 스튜디오 방 한 개 월세 평균이 거의 700유로에 달하고, 이보다 조건이 좋은 동네는 900유로 정도여서 학생들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비싸다”고 덧붙였다.
말라가 시내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중인 하비에르씨는 “코로나 이전 같은 크기의 방 월세가 450유로에서 500유로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2배 가량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말라가 주민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주거비는 물론, 외식비 등 생활물가가 덩달아 뛰고 있기 때문이다.
말라가에서 나고 자랐다는 파트리샤씨는 “말라가에서 보통은 대학생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주거비와 생활비 수준이 너무 올라서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 역시 독립 1년만에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현재는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외식물가도 많이 올랐다. 말라가 시내 피카소 박물관 주변에는 수 백개의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데, 메뉴판에 적힌 가격들은 기자가 4년전에 이 곳을 방문했을 때보다 최소 30~40% 가격이 올라있었다.
피카소 주변에 위치한 레스토랑 펜투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중에 채소와 고기값을 비롯해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음식점들도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말라가대학 경영학부 안토니오 교수는 “말라가처럼 전통적으로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곳은 관광객들이 늘어나 수입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겠지만, 그에 따라 주거비와 외식비 등 다른 물가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만의 요소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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