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 곡소리 부른 ELS사태(2편)

한성규 승인 2024.04.02 12:20 의견 0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홍콩 ELS사태는 아직 진행중이다. ELS로 피해를 본 사람들 중에서조차 아직 ELS가 도대체 어떤 상품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 자세히 설명해보려고 한다.

ELS는 당연히 영어이고, Equity-Linked Securities 의 약자이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주가연계증권이라고 할 수 있다. 주가에 연계되어 있는 증권상품이다. 주가에 연계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기본적으로는 채권에 많이 투자해 최소한의 이득을 챙기는 파생상품이다.

연 5%에서 최대 25% 수준의 수익률을 확정시켜 놓고 어떤 수준이하로 주가가 내려가지 않으면 이자를 지급하는 투자상품이다. 주로 5%에서 10%까지의 상품이 주를 이룬다. 정기예금보다 이자는 조금 높지만 위험도는 아주 높다.

EL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낙인(Knock-In)이라는 개념이다. 낙인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최대 하락 폭을 뜻한다. 낙인이 중요한 이유는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이 지점까지 주가가 떨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ELS계약기간은 3년이고 낙인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 만기 이전에는 무조건 약속했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ELS는 낙인 값이 낮고, 확정수익률이 높은 것이 좋은 상품이다. 또한 연계된 기초자산 주가의 변동성이 적은 것이 안전한 선택이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구입한 홍콩주식시장은 대표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다.

낙인했다고 해서 무조건 손실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이라도 낙인 한 적이 있어도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했던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이건 조금 까다로운데 간단히 설명해서 낙인했지만 계약만료 시점에 최종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하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준까지 주가가 올라오지 못한다면 손실이 난 주식을 고객이 떠맏아야 한다.

ELS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청산할 시점이 정해져있다는 점이다. 주식은 아무리 떨어져도 10년이건 20년이건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되지만 ELS는 3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무조건 팔아야 한다. 불행히도 홍콩주식시장은 3년 넘게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손실은 ELS를 판 은행도 아니고, ELS를 만든 증권사도 아니라, ELS를 산 사람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ELS같은 파생상품은 높은 수익율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주식이 연계되어 있는 고정금리라고 사람들이 믿어버렸던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많은 홍콩 ELS상품들이 36개월에 기준가격 대비 55% 밑으로만 가지 않으면 연 5%의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이런 상품을 판 사람도 문제지만, 고정수익율이라는 말만 듣고 덜컥 매수해버린 매수자들도 문제가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2019년에도 독일 국채를 기초로 한 DLS에서 큰 손실이 나 문제가 있었다. 이번 홍콩ELS 사태도 기초자산만 다르지 상황은 비슷하다. 2019년에 기초자산인 독일 기준금리가 -0.2% 이하로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원금의 -99%까지 피해를 봤다.

2020에는 국제 유가가 -진입으로 -50%까지 피해를 보았다. 현제는 홍콩 지수 급락으로 -50% 피해를 보았다. 2019년과 2020년에는 DLS (Derivatives Linked Securities)라는 파생결합증권이었고 이번에는 ELS라는 점만 다르다. DLS나 다른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다음편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지금은 ELS가 나쁜 놈이 되었지만. 사실 ELS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필자도 ELS를 통해 꾸준히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통계적으로도 95~99% 이상은 수익이 난다. 하지만 이 1~5%가 문제다.

99%의 경우는 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예금보다 높은 좋은 상품이지만, 1%의 경우 -50%가 넘는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ELS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장점은 높은 확률로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해 수익률을 지급한다. 주식시장이 상승하지 않고 횡보하거나 일정 부분 하락해도 사전에 정해진 수익을 얻는다. 한국증시가 10년 넘게 박스피로 욕을 먹었어도 많은 사람들이 ELS를 통해 꾸준히 수익을 올렸다.

단점으로는 낮은 확률이지만 큰 피해가 발생한다. 분명히 기다리면 오를 것 같은 기초자산이 있어도 최대 기간은 3년으로 더 버틸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그리고 상환조건만 충족하면 자동으로 조기상환이 되기 때문에 내가 투자기간도 정할 수 없다.

만약 홍콩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한 사람이라면 지금은 주가가 낮지만 앞으로 올라갈 것을 기대하며 버틸 수 있지만 ELS는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팔아야한다.

당연히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고. 발행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무보증, 무담보 증권이기때문에 증권발행사가 지급불능 상황에 처할 경우 원금과 수익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만기이전에 자금이 필요해 중도상환을 할 경우에도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아, 별로 알고 싶지 않고 다시는 ELS 안 할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에 아, 별로 알고 싶지 않고 다시는 DLS 안 할거야 라고 했던 사람들이 또 당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해서 두 번 다시는 소중한 자산을 어이없게 잃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역사는 반드시 반복되고 인간은 변하지 않으면 똑같은 선택을 한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